미국의 이라크 전비(戰費)를 사실상 가장 많이 대는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일본.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최근 다른 나라에서 부시 행정부의 인기는 형편없지만, 돈 문제에 관해서는 다르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벌이던 지난 2분기에 중국 등 외국 중앙은행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국공채의 80%를 사들였다. 외국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국공채가 4백30억달러, 외국인 개인투자자가 산 게 1천2백90억달러였다.
또 미 재무부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미 재무부 채권 보유액이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이 1천2백61억달러, 일본이 4천4백38억달러로 외국인 보유 미 국채의 41%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라크전 등으로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정부를, 참전을 꺼렸던 국가의 중앙은행과 국민이 자발적으로 돕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올 들어 이라크 주둔 미군과 과도정부 운영을 위해 매달 50억달러(약 5조8천억원)을 쏟아붓고 있어 올해 재정적자가 4천8백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1분기에 이미 재정적자가 미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어서는 미 역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