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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서 파는 상비약에 ‘겔포스’가 추가 안된 이유

중앙일보

입력

편의점 상비약

편의점 상비약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일반의약품의 품목을 조정하는 회의가 약사회의 반대로 또다시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났다. 당초 제산제ㆍ지사제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회의에 참여한 위원들이 개별 제품을 놓고 의견이 갈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약사회 '자해 소동' 이후 첫 회의 #위원회 합의 불발...제산제ㆍ지사제 지정 재논의 #1년 끌고도 합의 못해 “국민 편의 외면” 지적

보건복지부는 8일 열린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제산제ㆍ지사제 신규 지정, 소화제 중 2개 제품 제외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그간 위원회에서 야간ㆍ휴일에 시급하게 사용되는 일반의약품을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새로 지정하고, 수요가 적은 의약품은 제외하기 위해 논의해왔다. 현재 일부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판콜에이, 판피린, 파스 등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 13개가 판매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지난해 12월 품목 추가에 반대하는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의 자해 소동으로 중단된지 8개월 만에 처음 마련된 자리다. 1년여 논의가 이어진 만큼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날 오전 7시부터 10시 30분까지 이어진 회의는 합의를 내지 못한채 끝났고, 편의점 상비약 품목 조정은 또다시 무기한 미뤄졌다.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건강 수호 약사궐기대회’에서 대한 약사회 관계자들이 정부의 편의점 약품 판매 확대 정책과 재벌 친화적 의약품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8.7.29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건강 수호 약사궐기대회’에서 대한 약사회 관계자들이 정부의 편의점 약품 판매 확대 정책과 재벌 친화적 의약품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8.7.29 [연합뉴스]

윤병철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이날 위원회에서 제산제와 지사제를 추가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개별 품목 선정과 관련해 안전상비약 안전성 기준 적합 여부에 이견이 있어 나중에 검토하기로 했다. 안전상비약 안전성 기준은 의약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과장은 “제산제, 지사제 외 다른 효능군(항히스타민제, 화상연고) 추가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논의가 길어졌다. 다음 회의에서 제산제와 지사제 효능군 의약품을 검토하고, 개별 품목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제산제는 ‘겔포스’가, 지사제로는 ‘스멕타’가 안전상비약 확대 품목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약사회가 “겔포스는 6개월 미만 영ㆍ유아에는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이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 편의점 판매 약 품목으로 추가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일부 위원들이 "영유아에게 겔포스를 누가 먹이느냐"며 반박했지만 회의는 그대로 결론 없이 끝났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강봉윤 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제산제ㆍ지사제 효능군 추가 확정, 이에 대한 약사회의 합의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안전성 문제점을 들어 타이레놀 500mg를 편의점 판매약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차기 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또 편의점 약품 판매시간 제한과 공공심야약국, 공중보건약국 법제화를 위한 약정협의체 구성을 요청했다.

[정부 약품 정책 개선 주장하는 약사들 정부 약품 정책 개선 주장하는 약사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39;국민건강 수호 약사궐기대회&#39;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편의점 약품 판매 확대 정책과 재벌 친화적 의약품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7.29   hkmpooh@yna.co.kr/2018-07-29 15:36:26/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부 약품 정책 개선 주장하는 약사들 정부 약품 정책 개선 주장하는 약사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39;국민건강 수호 약사궐기대회&#39;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편의점 약품 판매 확대 정책과 재벌 친화적 의약품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7.29 hkmpooh@yna.co.kr/2018-07-29 15:36:26/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복지부는 이른 시일 내 7차 회의를 열고 제산제와 지사제의 안전상비약 지정, 약사회가 제출한 타이레놀 제외, 편의점 판매시간 조정 대안 등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위원회 종료 뒤 다음 회의 날짜 조차 잡지 못한 채 해산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

이미 1년 전 끝났어야 할 편의점 상비약 조정 논의가 기약없이 길어지면서 “국민 편의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가 이달 초 시민 17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이 86.8%(1515명)으로 나타났다. 현행 수준 유지는 9.9%(173명), 현행보다 축소는 1.7%(29명)로 조사됐다. 또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하는 이유로 공휴일, 심야 시간 등 약국 이용이 불가능할 때 74.6%(1179명), 가벼운 증상으로 스스로 상비약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할 때 15.3%(242명), 편의점이 약국보다 가까울 때 7.4%(117명) 순으로 응답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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