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신중론자' 허익범 특검, 도두형 변호사 영장 두번씩이나 청구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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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의 최측근이자 오사카 총영사직 관련한 인사청탁 대상자인 도두형 변호사(필명 아보카)가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번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드루킹'의 최측근이자 오사카 총영사직 관련한 인사청탁 대상자인 도두형 변호사(필명 아보카)가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번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드루킹 김동원씨의 최측근 도두형(61) 변호사가 8일 서울중앙지법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다.

도 변호사, 드루킹과 '청와대 비서관' 잇는 고리 #특검팀, 기존 혐의에 컴퓨터 업무방해까지 추가 #"영장 발부되면 백원우ㆍ송인배 비서관 조사 나설 듯"

드루킹 김씨의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이전에는 없던 컴퓨터 업무방해 혐의까지 추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도 변호사가 경공모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략회의에 참여하면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활용한 네이버 뉴스 댓글, 공감(like) 수 조작 행위를 계획·실행하는데 공모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구속수사'에 대해 신중론을 지닌 허익범 특검의 평소 견해에 비춰보면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하는 일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날 영장심사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과 만난 한 특검팀 관계자는 "그만큼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이 김경수 지사를 압박할 용도로 작성한 "김경수 오사카" 같은 댓글에도 도 변호사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9일 첫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만 하더라도 도 변호사의 혐의는 고교 동창인 고(故) 노회찬 의원을 상대로 한 행위에 국한됐다. 2016년 총선 직전 노 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 5000만원을 주고, 2016년 총선 이후 돈을 돌려받은 것처럼 허위로 꾸며냈다는 혐의(증거위조ㆍ공무집행방해)가 특검팀이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유였다.

특검팀 관계자는 "기존에 영장에 청구한 범죄 혐의도 중하지만 댓글조작 공범 혐의에 발견돼 추가한 것"이라며 "정치자금법은 기부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이 된다는 점을 참고해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발부되면 백원우ㆍ송인배 조사 불가피할 전망" 

법조계 안팎에선 특검팀이 드루킹 측 인사들과 접촉한 청와대 비서관들에 대한 조사까지 염두에 놓고 도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직 공안통 출신 변호사는 "도 변호사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 백원우·송인배 등 일부 청와대 비서관 역시 특검 조사를 피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원우 비서관은 드루킹이 추천한 도 변호사와 지난 3월 오사카 총영사직과 관련해 만남을 가졌다. 송인배 비서관의 경우, 총선 낙선 이후 드루킹으로부터 강연료 명목으로 100만원씩 두 차례 총 200만원을 받았다. 

드루킹이 추천한 도 변호사와 오사카 총영사직과 관련해 만난 것으로 알려진 백원우 민정비서관. [뉴스1]

드루킹이 추천한 도 변호사와 오사카 총영사직과 관련해 만난 것으로 알려진 백원우 민정비서관. [뉴스1]

두 차례나 영장심사를 받게 된 도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했다. 영장 심사를 맡은 박범석(45·사법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앞에서 그는 "정말 힘들고 괴롭다"며 "마치 제가 돈을 노회찬 의원에게 직접 전달한 것처럼 됐고, 제가 노 의원을 죽인 것처럼 기사가 나가기도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특검팀이 저를 엄청나게 압박했다. 그러나 저는 여태껏 특검팀이 소환하면 줄곧 성실히 출석해왔다"고 말했다.

김영민·박태인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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