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잡아라' 열린우리-민주 불꽃튀는 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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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앞섰다."(열린우리당 이광재 기획위원장)

"정부.여당은 신종 관권선거 획책을 즉각 중단하라."(민주당 이상열 대변인)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불꽃 튀는 격전 단계로 돌입했다. 호남 민심의 요충지로 일컬어지는 광주에서 열린우리당의 '뒤집기'와 민주당의 '굳히기' 전략이 치열하다.

두 당은 '광주의 선택'이 5.31선거 결과는 물론 내년 대선까지 진행될 '헤쳐 모여'식 정계개편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판세는 민주당이 광주.전남, 열린우리당은 전북에서 우세하다.

이대로 선거가 끝나면 열린우리당은 '호남 대표성'을 거론하기조차 힘들어진다. 정동영 당의장의 정치적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의 최대 전략 지역으로 광주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광주가 호남 민심을, 호남 민심이 다시 수도권에 사는 호남 출신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다"는 가설 때문이다. 그래야만 서울.경기에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동영 당 의장은 9일 광주를 방문한다. 한 측근은 "광주에서 역전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유의 열변으로 '다시 한 번 5.31 선거혁명의 진원지가 돼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17일 다시 광주를 찾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26주년을 맞아 의원.당직자와 지방선거 출마자 등이 대거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당 정책 관계자는 "다각적인 '광주 선거 공약'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광주 지역의 정당 지지도 추이에서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이광재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광주 지역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앞섰다"고 주장했다.

KBS.미디어리서치의 지난달말 여론조사 결과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34.8%, 민주당은 25.6%였다. MBC.코리아 리서치센터 조사(1일)에선 33.2% 대 31.9%로 나타났다. 당에선 민주당 내부의 공천 갈등과 조재환 사무총장의 '특별당비 4억원 수수 혐의'등 악재들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광재 위원장은 "공천헌금 문제와 지도부의 대응 자세에 대해 광주 시민들이 회초리를 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당 지지도가 후보 지지도로 옮겨갈지는 미지수다.

열린우리당은 13일께 100% 여론조사 경선 방식으로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과 김재균 전 북구청장 중에서 광주시장 후보를 공천할 계획이다. 이들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박광태 전 광주시장과 가상 대결에서 절대적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재균 예비후보 측은 "현직 시장의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을 뿐"이라며 "열린우리당.민주당 간 양자 구도가 펼쳐지면 바닥 민심이 확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고위관계자는 "이미지가 참신하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후보를 앞세워 '바꿔'전략으로 나가면 본선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에 대해 김재두 민주당 부대변인은 "호남의 당 지지도가 한때 하락했으나 지난주 후반부터 다시 안정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자체 조사 결과 광주 지역의 정당 지지도는 열린우리당보다 6~10%포인트, 후보 지지도는 2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이번주부터 선거전의 화력을 광주.전남에 집중시킬 계획이다. 10일 광주.전남 지역의 출마자에게 공천장을 주는 것을 계기로 중앙당 차원의 유세전 지원에 나선다.

열린우리당을 겨냥한 공세도 뜨거워졌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8일 국회 기자실에서 열린우리당의 '신종 관권 선거'의혹을 제기했다. "노무현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들이 줄줄이 광주.전남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8일 이용섭 행자부장관의 함평 나비축제 참관을 시작으로 10일엔 이치범 환경부장관, 이상수 노동부장관, 이재훈 산자부 차관보, 11일엔 김우식 과기부장관이 동시다발적으로 광주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이들의 '속 보이는 봄나들이'는 정치적 꼼수이자 선거용 선심행정"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당 소속 전직 의원들과 '구당(救黨) 간담회'를 가졌다,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박상천 전 대표, 장재식 전 최고위원, 김옥두 전 사무총장, 함승희.이윤수.이훈평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한 대표와 관계가 불편했거나 정치 일선에서 한 발을 빼왔다.

박상천 전 대표는 "5.31선거는 당이 정치 중심 세력으로 복귀하느냐, 변두리 세력으로 쇠락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결의를 다졌다. 함승희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겨냥해 "배신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상임고문 등의 자격으로 수도권.호남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소속 후보를 지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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