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에 마지막 남긴「따뜻한 점심한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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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어린 제자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먹이기 위한 교내급식시설공사에 동분서주해온 교장선생님이 집무도중 과로로 숨졌다. 「어린 벗들이 좋아서」20평생을 교단에 섰던 서울 여의도 윤중국교 임대령교장(52). 임교장은 3일 오전10시 교장실에서 내주부터 전교생 대상으로. 실시되는 교내급식제 관계서류를 검토하던 중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졌다.
지난8월부터 3개월간 식당으로 사용할 건물의 증·개축공사를 감독키위해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강행군을 계속해온 것이 무리였다.
『어린 제자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점심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소망이 오히려 그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임교장이 교내급식제 실시를 구상해온 것은 지난 봄부터. 학교내에 급식시설을 마련해 따뜻한 점심을 제공한다면 학생들의 영양은 물론 책가방도 도시락무게만큼 가벼워질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때맞춰 학부모들 또한 급식제 실시를 건의해오자 상급기관의 허락을 받고 지난 8월부터 식당 개축공사를 시작,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섰다.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조리시설 확보, 식탁구입, 급식내용, 영양평가에 이르기까지 직접 지시하고 확인·감독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임교장으로서는 이 같은 강행군이 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임교장은 동래중·고를 거쳐 서울사대 (교육행정전공)를 나온 뒤 다시 서울 문리대 (영문학전공) 에 학사 편입해 졸업한 수재.
졸업당시 다른 좋은 일자리가 얼마든지 있었으나 『교직은 보람있는 것이며 교육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초등교육』이라면서 국민학교 교단으로 뛰어들었다.
65년 서울종암국교를 시작으로 각 국민학교 일선 교사직과 시교위·문교부의 행정직을 두루 거치고 최근 3년간 서독에 재외교민 교육관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임교장은 전교생의 일기를 일일이 다 읽어보고 틀린 글자를 바로 잡아주는가 하면 교장실문을 활짝 열어 놓고 학생들의 출입을 반길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는 것. <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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