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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북, 핵시설 명단 제공이 종전선언 출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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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후 처음 가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더 많은 가시적인 움직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후 처음 가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더 많은 가시적인 움직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일 한반도종전선언과 관련,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더 많은 가시적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이며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제한 뒤다.

주한 미국대사 첫 기자간담회서 #북한의 입증 가능한 선 비핵화 요구 #중국 종전선언 참여엔 즉답 피해

지난달 부임한 해리스 대사는 이날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신중론을 폈다.

그는 종전선언이 “가능성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종전선언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기 전에 이뤄져야 할 입증 가능한 비핵화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전선언을 한번 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의) 초기 시점에,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는 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종전선언에는 한·미가 함께 가야 한다”며 “한·미동맹의 결정이 돼야 하며 일방적인 선언이 되어선 안 되고 빨리 가서는 안 된다. 한·미가 나란히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엔 회원국들도 관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선 “북한 비핵화에 있어 중국은 파트너”라면서도 종전선언 참가 지지 여부를 묻자 “언급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해리스 대사는 종전선언을 위해 필요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묻자 “미국이 추구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가기 위해 핵시설 명단을 제공하는 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핵실험장 폐기와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 움직임 등 지금껏 보인 북한의 비핵화 행보에 대해선 “기자나 전문가가 현장에 가 보았나.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 중단을 보여주기 위해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폐기하려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ICBM 시설 파괴는 미국에는 좋은 일이나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에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우리의 목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의한대로 FFVD다. (비핵화에 대한) 검증이 핵심적”이라며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할 때까지 미국의 독자 제재와 유엔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뤄진 북한의 미군유해 송환에 대해 해리스 대사는 “긍정적 변화를 위한 동력의 신호로서 환영한다.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를 향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대사는 “비핵화와 관련 ‘교착 상태’라는 말에 공감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6·12 미·북 정상회담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에선 ‘희망이 행동지침이 되어선 안 된다’고 하지만 (미국의 민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희망이 외교에서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며 “평화와 희망에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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