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금관리 여부 집중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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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일 국회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일해재단 비리조사 청문회에는 증인신문순서를 둘러싼 4당 간사간의 논란 때문에 당초예정시간을 35분간 넘겨서 10시35분에 시작. 이날 간사회의에서 김봉욱 의원(평민)은 특위전문의원들이 작성한 증인신문 순서가 뒤바뀌었다며 민정·민주당 측을 격렬히 비난.
김의원은 임소혁 일해재단 고문회계사를 증인으로 세워 자신이 제일 먼저 질문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가 유인물에 김기환 일해재단소장이 먼저 신문 받는 것으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는 장경우(민정), 강신옥(민주) 간사에게 『당신들이 짜고 순서를 바꾼 것 아니냐』고 엉뚱한 트집.
이에 대해 이기택 특위위원장과 강의원 등이 말렸으나 김의원이 계속 언성을 높이자 강의원이 『평민당만 중요 증인을 먼저 신문하란 법 있느냐』고 비꼬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였으나 결국 임씨를 먼저 세우기로 낙착.
○…청문회장인 국회 145호실은 평소 예결위회의실로 사용된 곳으로 국무위원석을 없애고 여기에 증언대·증인석·변호인석·속기사석을 설치했다.
이번 청문회에 대한 관심을 감안해 1백여개의 방청석과 기자석이 마련됐다. 또 TV카메라도 설치됐다.
증인은 개별신문을 원칙으로 1명씩만 증언대에 세우고 나머지 증인은 회의장 옆 증인대기실에서 기다리게 했다. 증인과 변호인을 함께 앉게 해 변호인을 대동하고 나오는 증인들이 법률적 조언을 받도록 배려했는데 이는 미국식 청문회의장 좌석배치를 대충 본뜬 것.
신문순서는 교섭단체 의석 순인 민정·평민·민주·공화 순으로 첫 번째 증인은 민정당이 먼저, 두 번째는 평민당에 신문우선권을 줘 각 당이 고루 신문의 우선권을 가질 수 있게 조정.
여야 4당은 청문회에 대비해 나름대로 수집한 정보와 자료,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전략을 수립했으며 일부는 「도상연습」까지 했다는 후문.
특히 신문에 대한 예상답변을 추정, 이를 추궁할 수 있는 「2단계 공적 카드」를 마련하게 의원별 공략분야와 대상증인을 선정, 철저한 책임분담제로 운영키로 했다는 후문.
○…일해 청문회 첫 날인 3일의 증인은 모두 11명. 일해의 △관리·운영 실무책임자인 김기환 소장·김인배 사무처장 △초창기 자금 모금책인 조성희 총무부장(전 보안사 대령) △경리실무관계자 △감사업무 쪽의 이종원 감사(전 법무장관)·임소혁 고문공인회계사 △감독관청인 외무부의 신동원 차관 등이다.
이날 증인신문의 초점은 87년초 이전까지는 △청와대(경호실)에서 자금과 장부를 관리했는지 여부 △그때 까진 돈이 필요할 때마다 청와대에서 타 써왔는지의 여부 △경리장부가 87년 이후 만들어져 조작됐을 가능성에 맞춰졌다. 또한 기금을 강제로 끌어 모았는지와 전두환 전대통령 퇴임 후 또 다른 청와대로서의 역할문제, 35억원 기부금의 「익명화」과정이 집중 추적됐다.
일해 측은 감사보고서를 87년 1월 공인회계사 임씨를 고용, 작성했는데 그 당시 수입부문 쪽의 장부가 없어 지출·자산부문에서 거꾸로 셈을 따져 대차대조표와 결산보고서를 짜 맞췄다는 유력한 단서를 확보, 이를 추궁했다.
민주당 측은 87년 결산보고서에 현금으로 입금돼야할 3백8억원이 통장 등 근거자료가 없어 「별도관리」라는 항목으로 모호하게 처리됐음을 지적, 청와대에서의 별도관리 여부를 물고 늘어졌다.
그 동안 문서검증반을 맡아온 김동주 의원(민주)은 『84∼86년까지 기부금을 청와대에서 직접 접수, 별도관리하고 필요할 때 운영자금을 청와대에서 장세동 실장한테 수령한 것이 사실이 아니냐』고 따졌다.
김의원은 또 『84년 현금출납부에는 10월 4일 금고에 있는 돈(현금 시재)이 6백50만원인데 이날 예금한 금액은 4천7백만원으로 기재된 것은 별도자금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공박. 야당의원들은 『재단 정관상 매년 자체감사를 받도록 돼있으나 실제감사를 밖은 것은 87년 한차례이며 이때 이종원 감사가 임씨에게 매년 감사를 실시한 것처럼 만들어 달라고 부탁, 84∼87년도 감사보고서를 만들어 줬다』고 지적하고 『전전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문제점을 자체 점검한 것 아니냐』고 추궁, 장부조작 가능성을 따졌다.
의원들은 일해 전체기부금 5백98억5천만원 중 84∼86년에 전체의 90%인 5백56억5천만원이 걷혔는데 87년 이전까지 경리장부도 제대로 없이 운영된 과정을 힐책 조로 물었다.
○…이날 주목을 끈 증인중 한사람은 조성희 초대 총무부장 조씨는 83년 10월 아웅산 사건으로 재단설립이 결정된 뒤 현역군인신분(당시 보안사 대령·경리 장교)으로 당시 최순달 초대 이사장(전 체신장관)과 함께 돈을 끌어 모으려 다닌 자금 모금책. 83년 11월 25일 창립총회 때 사회를 본 전전대통령의 측근이다. 조씨는 현재 안기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해 조사에 처음 나섰다.
야당의원들은 『일해재단 기금조성과정에서 기업인을 불러모아 전전대통령이 연필과 종이를 주면서 기부액수를 적게 하고 이를 근거로 조씨가 업체별로 방문, 모금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고 현역군인신분으로 모금과 창립총회 사회를 보게된 경위를 신문했다.
또 양정모 구 국제그룹회장을 만났는지의 여부와 모금할 때 기업인들을 어떤 경로를 통해 만났으며 기업인의 반응도 물었다.
조씨의 증언은 7일에 있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양정모씨 등 기업인들과의 증언과 비교, 강제기부여부를 추적하는 단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특히 전전대통령이 낸 출연금 5천만원의 입금경위를 추궁하면서 전전대통령의 돈이 수표였다면 발행은행이 어디였는지도 추적한다.
○…이날 새롭게 추궁된 것의 하나는 이사장 직책 위에 총재직(설립자)이 있었다가 87년 8월 임시이사회에서 삭제된 대목.
야당 측은 이것이 일해재단의 성격을 말해주는 중요한 내용으로 『전전대통령이 퇴임 후 총재자리에 앉아 여기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
야당의원들은 『일해재단 명칭과 전전대통령 아호가 같으며 전전대통령이 총재직에 앉고 자금확보도 「윗분이 확약」한 것으로 이사회회의록에 나와있는데 이것이 규명돼야 한다』고 요구.
○…이날 청문회는 임소혁씨에 대한 신문으로 시작됐는데 재단고문 공인회계사인 임씨는 비교적 솔직하게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다음은 신문요지.
▲박진구 의원(민정)=고문회계사로 선임된 경위는.
『86년 11월 학교동창인 김인배 사무처장이 부탁해 87년 1월에 취임했다. 당시 지출기록은 잘돼있으나 장부체계가 미흡하고 회계처리가 잘 돼있는지 염려가 되니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박의원=취임당시 재단의 장부관리 실태는 어떠했는가.
『지출부분에 관련된 지출부·지출보조부·현금출납부와 이와 관련된 증빙서 철은 있었으나 수입과 관련된 장부는 전혀 없었다.』
▲김봉욱 의원(평민)=김사무처장은 문서검증당시 86년 10월에 기존장부를 소각했다고 진술했는데….
『87년 1월 감사당시 구 장부가 있었으며 소각은 훨씬 뒤에 한 것으로 알고있다.』
▲김의원=87년에 감사해 놓고 84, 85, 86년도에 각각 감사한 것처럼 회계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초 일괄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재단 측 강요에 의해 할 수 없이 3년치를 별도 작성하게 됐다. 김처장이 이종원 감사의 요청이라면서 이같이 요구했다냄
▲김의원=취임 후 새 장부를 만들게 한 뒤 구 장부를 소각한 것은 재단 측의 잘못이 아닌가.
『구 장부내용이 새 장부에 전부 기록됐으니 소각에 따른 문제점은 없었다.』
▲김동주 의원(민주)=당시 회계검사 보고서에 3백8억원은 별도 관리되고 있다고 썼는데….
『기금접수대장이나 관리통장 등 수입에 대한 근거서류는 없으나 지출액과 시재금 등을 감안, 재무제표에 올리지 않은 별도의 금액이 있다고 판단해서 만든 것이다. 당시 이 3백8억원은 경호실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김의원=취임당시 기부금 수입대장은 있었는가.
『기부금 수입대장은 재단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없었던 수입부분을 반영한다는 방침에 따라 87년 6, 7월께에 작성된 것이다.』
▲김현 의원(공화)=수입부분이 명확치 않은데 어떻게 기업회계 기준에 적정하게 장부가 작성되었다고 보고서를 작성했는가.
『강요에 의한 것이고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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