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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대사 "종전선언 전 비핵화 가시적 움직임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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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후 처음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상당한 움직임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후 처음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상당한 움직임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일 한반도종전선언과 관련,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더 많은 가시적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이며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제한 뒤다.

지난달 부임한 해리스 대사는 이날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종전선언에 관해 신중한 입중을 보인 것이다.

그는  종전선언이 “가능성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종전선언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기 전에 이뤄져야 할 입증 가능한 비핵화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전선언에는 한미가 함께 가야 한다”며 “한미동맹의 결정이 돼야 하며 일방적인 선언이 되어선 안 되고 빨리 가서는 안 된다. 한미가 나란히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을 한번 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의) 초기 시점에,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는 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신중론을 폈다.
해리스 대사는 종전선언에 “유엔 회원국들도 관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에 대해선 “북한 비핵화에 있어 중국은 파트너”라면서도 종전선언 참가 지지 여부를 묻자 “언급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2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2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해리스 대사는 종전선언을 위해 필요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질문엔 “핵시설 명단을 제출하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답했다. 그는 “미국이 추구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가는 출발점은 핵시설 명단의 제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핵실험장 폐기와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 움직임 등 지금까지 보인 북한의 비핵화 행보에 대해서는 “기자나 전문가가 현장에 가 보았나. 검증이 필요하다”고 반문했다.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 중단을 ‘확증’하기 위해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폐기하려 한다고 밝힌데 대해서는 “ICBM 시설 파괴는 미국에는 좋은 일이나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에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우리의 목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의한대로 FFVD”라며 “(비핵화에 대한) 검증이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할 때까지 미국의 독자 제재와 유엔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최근 이뤄진 북한의 미군유해 송환에 대해 해리스 대사는 “긍정적 변화를 위한 동력의 신호로서 환영한다.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를 향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리스 대사는 “미국이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추진하는 동안 한국 방위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미 태평양사령관 출신인 그는 또 대사로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의 힘이다.  한미동맹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재차 밝혔다.

그는 남북대화와 관련해 “현재 한미간에 틈이 없다”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시설 개선, 군 핫라인(남북 군 통신선 연결) 사안은 긴장을 줄일 수 있는 조치라 생각해서 우리가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남북대화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뿐 아니라 여러 분야가 있는데 개별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과 모든 부분에서 일치된 입장이면 좋겠다”며 “북한 비핵화가 남북대화와 계속 연계돼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대사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당분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며 “어느 시점에 한미는 훈련을 재개할지를 결정해야할 것이며, 김정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검증가능한 방식의 비핵화를 결정해야할 시점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리 대사는 “비핵화와 관련 ‘교착 상태’라는 말에 공감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6ㆍ12 미북정상회담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비핵화가 진행이 안 됐고, 전쟁 가능성이 있던 시기였다”며 “지금 평화를 생각할 수 있는 자리에 왔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군대에선 ‘희망이 행동지침이 되어선 안 된다’고 하지만 (미국의 민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희망이 외교에서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며 “평화와 희망에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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