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blog] 김요한? 당장 뽑고 싶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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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감독님, 혹시 송만덕 감독(전 현대캐피탈)에게서 전화 못 받았습니까."

3일 인천시내 한 음식점. 2006현대캐피탈배 전국대학배구 봄철대회에서 우승한 인하대가 저녁을 내는 자리에서 이세호 KBS해설위원이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에게 농(弄)을 건넸습니다. 문 감독은 잠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습니다. 몇 년 전 작고한 송 감독이 전화를 했을 리가 없으니까요.

이 위원이 송 감독 얘기를 꺼낸 것은 다름 아닌 김요한(인하대3)의 스카우트 때문이었습니다. 김요한은 프로팀들이 모두 군침을 흘리는 대학 최고의 스타입니다. 큰 신장(2m)에 유연한 몸놀림, 파워 넘치는 공격은 단연 대학 최고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요한이 같은 선수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는 배구인도 여럿 있습니다.

송 감독은 과거 배구판에서 스카우트의 귀재로 통했습니다. 올 시즌 V리그 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의 장신 거포들은 대부분 작고한 송 감독이 데려온 선수들입니다. 특히 윤봉우 등 몇몇은 대학 3년 때 미리 스카우트하기도 했습니다.

이세호 위원은 "송 감독 같았으면 벌써 김요한에 대한 스카우트 작업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문 감독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하더군요. 김요한이 4학년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올해 드래프트를 통해 먼저 데려갈 계획이 있는지 우회적으로 물어본 것이었죠.

김요한은 대한항공 계열의 학교 선수이기 때문에 문 감독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4학년이 되기 전에 스카우트 시장에 불러낼 수도 있을 겁니다.

대한항공은 거포 김요한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또 현행 드래프트 체제 하에서 우선 지명권을 받을 가능성도 가장 높습니다. 배구 드래프트는 과거 성적 역순에 따라 지명권을 주던 방식에서 벗어나 올해부터 확률지명제로 바뀌었습니다. 올 시즌 V리그에서 각각 4, 3, 2위를 한 팀이 구슬을 50%, 35%, 15%씩 항아리에 담아 구슬이 나오는 순서에 따라 지명 순위를 정하게 되거든요. 우승팀은 맨 나중인 네 번째에 지명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올 시즌 4위를 한 대한항공이 1지명권을 받을 확률이 제일 높습니다.

이 위원의 말에 문 감독은 "머리가 아프다"는 말만 되풀이하더군요. 현행 방식이 1지명권 행사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100% 보장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겠죠. 2위인 삼성화재로 갈 수도 있습니다. 문 감독은 "죽 쑤어서 남 좋은 일만 시킬 수도 있어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문 감독과 대한항공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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