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폭행, 막사 등 40곳 부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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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서 철조망을 뚫고 들어간 시위대가 각목을 휘두르며 군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충돌로 군 장병 수십 명이 부상했다. [연합뉴스]

평택 미군기지 예정지 주변에 설치됐던 철조망(총 길이 29㎞)이 설치 하루 만인 5일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 등 시위대에 의해 뚫렸다. 이 과정에서 현장을 지키던 현역 군인 10여 명이 시위대에게 폭행당했다. 이 중 2명은 상처가 심해 군 헬기로 병원에 후송됐다. 시위대는 장병들이 숙영하던 텐트와 임시 초소 40여 곳을 부순 뒤 철수했다.

◆ 폭행당한 군인들='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범대위)' 소속 회원 등 30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쯤 평택시 팽성읍 신흥리에서 대추리 방향의 철조망을 절단하고 안으로 들어와 기습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30여 분 뒤 철조망 밖으로 빠져나갔으나 오후 6시40분쯤 1200여 명으로 불어나 다시 반대쪽 철조망 20여 곳을 뚫고 철조망 내부로 진입했다. 시위대는 장병들이 숙소로 쓰고 있는 텐트와 임시 초소를 부순 뒤 오후 7시20분쯤 철조망 외부로 모두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군 장병 10명이 시위대가 휘두른 목봉에 맞았다. 이 중 2명은 얼굴과 팔을 심하게 다쳐 수도통합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병사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시위대에게 맞았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두들겨 맞더라도 민간인과 맞대응하지 말라"고 지시했었다.

군 헌병대는 군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8명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은 폭행하거나 철조망을 절단한 사람은 폭행과 시설물 훼손 등의 혐의로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군은 경찰 병력 일부를 철조망 내부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하루종일 이어진 시위=범대위 소속 회원 등 1200여 명은 오후 2시쯤 본정리 본정농협과 계양삼거리 등에서 경찰 저지선을 뚫고 3시간여 동안 걸어 대추리 마을로 진입했다. 이들은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국방부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를 마친 시위대는 대추리 황새울 들녘으로 행진하며 시위를 계속했다. 이 일대에 쳐진 철조망을 절단기로 잘라냈으며, 평택에 있는 미군부대인 K-6(캠프 험프리스)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평택 범대위 측은 5일 "투쟁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15명 안팎 구속영장=경기경찰청은 평택 대추분교 철거 과정에서 4일 연행된 시위대 524명 중 15명 안팎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상자는 학생 2명, 민노당원 4명,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 회원 등 재야단체 2명, 민주노총 조합원 2명, 기타 5명 등으로 알려졌다.

연행자 중에는 5.31지방선거 때 부천시.안양시.화성시 등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시의원 예비후보자 4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포함해 나머지 500여 명의 연행자를 불구속 입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택=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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