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신화가 허구라고? 신화는 우리의 삶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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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신화.꿈.신비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강응섭 옮김, 숲
312쪽, 1만7000원

19세기 인도 예언자 스모할라는 농사를 거부했다. 땅을 가는 건 우리 공동의 어머니인 대지에 상처를 내는 죄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의 가슴에 비수를 꽂기 위해 칼을 들라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대지=어머니' 는 세계 공통의 이미지다. 아메리카 인디언 신화에 따르면 따르면 최초의 인간은 대지의 가장 깊은 곳에서 절반만 인간인 채로 살다가 좀더 성숙해진 뒤 온전한 형태를 부여받았다. 지모신(地母神)은 지금도 숱한 예술작품에서 반복돼 재현된다.

신화는 현대 과학사회에선 사실.현실과 구분되는 상상.허구로 치부되곤 한다. 과연 그럴까. '세계종교사상사' '성과 속' 등으로 유명한 20세기의 걸출한 종교학자인 엘리아데는 신화를 우리 삶의 영원한 전범으로 본다. 또 지금도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파고든 원칙.모델로 판단한다. 신화 속에는 모범적인 행동을 한 초인간적 존재들의 활동상이 그대로 나타나는 까닭이다.

엘리아데는 박람강기(博覽强記)의 대명사.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정보량이 놀랍다. 종교도, 이데올로기도 꼼꼼히 따져보면 신화의 변용에 가깝다. 세계문화의 상징이 집약된 신화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시길!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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