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패션 소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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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민정(23.여)씨는 저축해 온 용돈을 털어 이달 초 흰 색상의 슬림형 휴대전화를 샀다. 그간 쓰던 두툼한 카메라폰이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 진(몸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 때문이다. 그는 "휴대전화는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소품이라고 생각한다. 금전적 부담이 좀 되지만 유행에 맞춰 새 제품을 써 보고 싶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디자인의 기호와 패션 트렌드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 패션이 바뀌면 새 흐름에 어울리는 디자인의 휴대전화가 인기를 끈다. 몸에 달라붙는 옷이 유행하면 얇게 만든 휴대전화가 각광을 받는 식이다. LG경제연구원의 정재영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여기면서 휴대전화와 패션의 유행이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출시한 '스킨'은 얇은 슬라이드형 휴대전화다. 휴대전화 신상품은 대개 검정이나 은색 제품이지만 이번엔 흰 색깔이었다. 올 봄 패션가에서 '화이트'가 강세를 보이자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삼성 측 설명이다.

반면 올해 초까지는 휴대전화 업계에선 '블랙'이 화두였다. 지난겨울 패션계에 불어 닥친 '블랙 열풍'의 영향이었다. 지난해 6, 12월 잇따라 출시된 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 I, II'는 국내에서 모두 60만 대 넘게 팔렸다. LG전자의 '초콜릿폰'도 검은 색의 단순한 디자인으로 35만여 대가 팔렸다. 이 회사 이형근 과장은 "지난해 말 검정 초콜릿폰이 인기였는데 올 봄부터 흰 색상의 옷과 잘 어울리는 화이트.핑크 초콜릿폰도 잘 팔린다"고 말했다.

색상뿐 아니라 휴대전화의 디자인도 패션 유행과 밀접하다. 올 봄의 패션 키워드는 '슬림(날씬한)'이다. 제일모직의 삼성패션연구소는 올 봄 유행한 의상으로 스키니진과 레깅스(몸에 붙는 스판 바지) 등을 꼽았다. 휴대전화도 슬림형 제품이 시장을 이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판매된 휴대전화 중 40~50%가 슬림형 제품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슬림 제품이 전체 판매량의 10%를 밑돌았다. 이 회사에 따르면 주 5일제 등으로 캐주얼 의상이 유행한 지난해 초반만 해도 두툼한 카메라폰이 인기였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헐렁한 바지에 두툼한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던 사람들이 패션이 변하자 슬림형 휴대전화로 교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전자의 디자인 담당 김진 상무는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할 참신한 디자인의 전자제품을 내놓기 위해 패션과 문화 트렌드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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