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캠퍼스…캘리포니아 공대생 넷 중 한 명 신발 안 신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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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게을러서일까, 아니면 자유를 즐기기 위한 것일까.

미국 서부의 명문 대학인 칼텍(Cal Tech.캘리포니아 공과대)의 학생 중 상당수가 맨발로 다니고 있다고 LA타임스(LAT)가 5일 보도했다. LAT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극소수 학생만 맨발로 다녔다. 그러나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오후의 경우 칼텍 학생 중 4분의 1이 맨발이다. 이것이 학교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LA 인근 패서디나에 위치한 칼텍은 태평양 바닷가에서 50㎞ 정도 떨어져 있다. 해변에 캠퍼스가 있는 UC샌타크루즈나 UC샌타바버라의 학생이라면 몰라도 칼텍 학생들이 맨발로 다니는 것은 이색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맨발로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은 그냥 게을러서 신발을 안 신는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다.

물리학 전공인 에밀리 러셀(20)은 넥타이를 맨 반듯한 차림이지만 맨발로 다닌다. 그는 "이 세상을 즐기면서 자유를 느끼기 위해 맨발로 다닌다"며 "특히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우리는 이런 자유가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학 이후 줄곧 맨발로 다니는 전자공학과 4학년인 크리스 무어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병 조각 등 이물질 때문에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이제는 굳은살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들 중에는 발에 검은색 구두약을 칠하고 졸업식에 참석한 것도 봤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학생과장인 존 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열심히 공부하는 이곳 학생들이 나름대로 긴장을 풀고 즐길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특별히 제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맨발로 다니는 학생들도 예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실험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와 학교 밖 식당에서 식사할 때는 신발을 신는다. 또 하나는 이곳에서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톰 매니언 교수의 수업 시간에서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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