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지나던 차까지 세운 미셸 위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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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가 5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 72 골프장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2라운드 5번 홀(파4)에서 티샷하고 있다. 영종도=JES 양광삼 기자

미셸, 최고의 미인.

'미셸'과 '미인'은 잘 어울리는 단어라네.

나의 미셸이여~. <비틀스의 '미셸(michelle)'중에서>

1989년 10월 위병욱(46)씨는 딸의 이름을 미셸이라고 지었다. 비틀스의 '미셸'이란 노래를 무척 좋아했던 그는 이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딸에게 같은 이름을 붙여줬다. 그렇지만 위씨는 미셸이 겨우 열여섯의 나이에 골프계를 떠들썩하게 할 돌풍을 불러일으키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미셸 돌풍'이 한국에 몰아치고 있다. 5일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 2라운드에서 쟁쟁한 남자선수들을 제치고 7전8기 끝에 컷을 통과하면서다. 돌풍을 넘어서 '미셸 붐'까지 생겨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 사상 최다 갤러리=대회장인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는 휴일을 맞아 무려 1만 명 가까운 갤러리가 몰렸다. 국내 골프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갤러리로 인해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 주최 측은 이른 아침부터 셔틀버스를 이용해 주차장에서 골프장까지 갤러리를 실어날랐다. PGA투어의 메이저 대회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었다. 오전 11시30분쯤 미셸 위가 2라운드 경기를 시작할 무렵에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갤러리가 빼곡히 들어차는 보기 드문 광경도 펼쳐졌다. 오후 들어서는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 한쪽에 차를 세워놓고 미셸 위의 경기를 훔쳐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미셸 위와 함께 라운드한 테리 필카다리스(호주)는 "고속도로를 지나던 승용차까지 세울 정도니 미셸 위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 가는 곳마다 "미셸 위"=대회장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100여 명의 보도진이 몰려 하루 종일 붐볐다. 국내 언론은 물론 AP.AFP와 ESPN.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의 외신 기자들도 미셸 위의 성적을 수시로 체크하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미셸 위가 아시안투어를 겸한 이 대회에서 컷 오프의 관문을 통과하자 급히 이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다.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는 아예 SK텔레콤 오픈이란 정식 대회 명칭을 제쳐놓고 '미셸 위 초청 골프대회'라는 자막을 달기도 했다. 국내 골프팬들의 화두도 단연 미셸 위였다. 수도권 인근의 골프장에선 라운드 도중 그늘집에 들러 미셸 위의 성적을 TV나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골퍼들도 적지 않았다. 70만 달러(약 6억6000만원)의 초청료를 주고 미셸 위를 데려왔던 주최 측은 예상치 못한 미셸 돌풍에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기 비결은="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호쾌한 미셸 위의 드라이브샷을 보기 위해 골프장에 나왔다."(갤러리 김병수씨) "직접 보니까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늘씬하다. 얼굴도 무척 예쁘다. 이제 겨우 16세 소녀라니 믿기 어렵다."(갤러리 이진영씨)

이날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는 "미셸 위의 플레이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하다"고 입을 모았다. 280야드가 넘는 장타를 때려낼 때마다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이틀간 같은 조에서 라운드를 한 김대섭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치더라. 내가 오히려 배울 점이 많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거리도 거리지만 쇼트 게임과 퍼팅이 정말 좋더라"며 "코스 공략을 해내는 매니지먼트도 아주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1, 2라운드에서 샷 감각이 살아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말한 김대섭은 "미셸 위와 재미있는 대화도 나누고 싶었지만 경기에 몰두하느라 '나이스 파' '나이스 버디' 등 몇 마디밖에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 참가한 한 선수는 "주최 측과 갤러리가 온통 미셸 위에게만 관심을 쏟아 들러리가 된 기분이다. TV에서 다른 선수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영종도=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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