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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새 3만3천명 떠난 日철도노조-"파업하자는 노조 지긋지긋"

중앙일보

입력

일본 최대의 철도회사 ‘JR동일본’내 가장 큰 노동조합인 동일본여객철도노조(JR동노조)에서 전체조합원의 70%가 넘는 3만3000여명이 노조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아사히 신문이 30일 보도했다.

JR동일본 노조원 5달새 3만30 00명 탈퇴 #30년만에 다시 파업하자는 집행부 비토 #회사도 "노사공동선언 어겼다" 엄중 대응 #노조 관계자 "젊은사원, 노조라면 질색"

해당 노조는 JR동일본 내 9개 노조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일본의 신칸센 [EPA=연합뉴스]

일본의 신칸센 [EPA=연합뉴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까지만 해도 이 노조엔 JR동일본 사원의 80%에 해당하는 4만6870명이 가입해있었다.

하지만 7월1일 시점엔 불과 1만3540명으로 줄었다.

불과 5개월 사이에 70%가 넘는 조합원이 탈퇴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올해 초 춘투(봄 임금협상)에서 노조집행부가 경영자측에 파업권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한 걸 계기로 그동안의 노조 운영과 관련해 쌓였던 노조원들의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초 노조 집행부는 “연령이나 직종과 관계없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일률적인 기본급 인상을 실시하라”고 회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측이 이를 거부하자 노조 집행부는 2월 중순 회사측과 일본 정부에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통고했다.

이 노조가 만약 파업을 실행했다면 1987년 국철 민영화로 JR동일본이 새롭게 발족한 이후의 첫 파업이었다.

그러자 경영자측은 사장 명의의 문서를 여러 차례 발표하며 “파업을 하면 그동안 일본사회에서 쌓아온 회사의 신뢰가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고 호소하는 한편, 민영화 이후 30년 동안 유지해온 ‘노사공동선언’이 효력을 잃었음을 노조측에 통고했다.

노사공동선언은 ‘의미없는 대립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국철시대를 반성한다. 파업에 호소하지 않고 평화적인 수단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사간 약속이었다.

도쿄역에 신칸센 열차가 도착하자 청소 직전에 붉은 유니폼을 입은 텟세이 직원들이 안전선 밖에 정렬해 고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가방엔 각종 청소도구가 담겨 있다.[중앙포토]

도쿄역에 신칸센 열차가 도착하자 청소 직전에 붉은 유니폼을 입은 텟세이 직원들이 안전선 밖에 정렬해 고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가방엔 각종 청소도구가 담겨 있다.[중앙포토]

여론이 악화되자 노조 집행부는 결국 파업을 포기했지만, 조합원들은 파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노사관계를 최악으로 몰아간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만으로 노조를 떠나기 시작했다.

과거 국철시절 노조의 강경 파업으로 온 국민의 발을 묶었던 악몽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의 탈퇴가 이어지자 노조는 4월 열린 임시대회를 열고 올해 춘투를 주도했던 위원장 등 집행부 14명에게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 이후 6월 정기대회에선 그동안 강경투쟁을 이끌었던 14명이 배제된 새로운 집행부가 발족됐다.

그리고 새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의식과는 괴리가 큰 대응으로 노조원들의 대량 탈퇴를 불렀다”는 반성문을 썼다.

아사히 신문은 “노조를 탈퇴한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회사내 다른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는 무소속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다른 노조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젊은 사원들 사이에선 ‘이제 노조는 지긋지긋하다’는 분위기가 있다”는 한 노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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