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다행성 종족(multi-planetary species)’으로 만들겠다”
화성 식민지 건설을 최종 목표로 하는 일론 머스크가 목표를 수정하게 될까.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화성을 '지구화'하는 '화성 테라포밍'이 한 발짝 더 멀어지게 됐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브루스 재코스키’와 노던 애리조나 대학의 ‘크리스토퍼 에드워드’ 교수는 30일 발표한 논문을 통해 “현재의 기술로는 테라포밍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로써 화성에서 제2의 보금자리를 꾸리고자 하는 인류의 계획은 이론적으로도 여전히 희망으로만 남게 됐다.
문제는 CO2의 양 부족...지구와 같은 대기 형성 어려워
연구진이 밝힌 일차적인 이유는 화성 표면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CO2) 양의 부족이다. 기존 테라포밍 방법의 핵심이 화성 표면에 존재하는 '고체 속' CO2를 해방시켜 얇은 대기층을 보완하는 것이었던 만큼, 그 근거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화성의 대기는 95% 이상이 CO2이고, 극지방에도 드라이아이스 형태로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얇은 화성의 대기를 보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화성 표면에 존재하는 CO2의 양은 충분하지 못해, 만약 이를 모두 대기중으로 방출시키더라도 대기에는 큰 변화를 주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은 “화성은 크기가 지구의 4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아 중력이 매우 약하다”며 “이 때문에 설령 대량의 CO2를 공급하더라도 대기를 붙잡아두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또 “화성은 지구와 달리 자기장이 희박하기 때문에 대기가 강한 태양풍에 그대로 노출되고 이로 인해 대기층이 얇아진다”고 말했다.
화성에게는 절실한 지구의 골칫덩이, '온실효과'
대기층이 얇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한 마디로 행성 전체가 차갑게 식는다. 온실효과가 충분히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화성(火星)은 그 이름과 달리 표면 온도가 극도로 낮은 동토의 행성이다. 화성의 표면온도는 약 -140°C~20°C로 평균온도가 약 -60°C 이하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이면 액체뿐 아니라 CO2와 같은 기체도 고체로 굳어져 버린다. 생명의 필수조건인 물은 당연히 얼음이 된다. 이 때문에 온실효과를 통해 화성의 온도 상승을 유도해 내는 것이 테라포밍의 핵심이고, 이를 위해 두꺼운 대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CO2가 보충되면 온실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CO2가 아산화질소ㆍ메탄ㆍ오존 등과 함께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실기체'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진이 지난 20년간 화성 탐사선과 탐사 로봇 등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는 불가능한 이론으로 끝났다. 화성 지하와 극지 빙하 등에 들어 있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계산해 본 결과, 현재 인류의 기술로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모두 증발시켜도 지구 대기압의 0.005%에 불과한 화성 대기압을 3배 정도밖에 높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표면 온도도 고작 10℃밖에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CO2 충분해도 현재 기술이 부족...NASA는 앞으로 ‘500년’ 예상
무엇보다 극지 얼음과 광물 속 이산화탄소를 증발시킬 기술이 부족하다. 극지 이산화탄소 얼음은 폭발물을 터뜨려 증발시킬 수 있지만 모두 증발해도 화성 대기압은 15mbar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모든 이산화탄소를 증발시켜도 대기압을 20mbar 이상 높이기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이정은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그러나 “현재 제시되고 있는 테라포밍의 방법은 미래기술의 발달을 가정하고 있다”며 “이 연구결과 역시 하나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늘 그래왔듯 상상을 현실화시킬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항공우주국(NASA)는 그 기간을 500년 정도로 제시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