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뜨거운 한반도의 밤 … 열대야 10년에 하루씩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서울 낮 기온이 36도까지 오른 23일 열대야에 잠 못 이룬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 낮 기온이 36도까지 오른 23일 열대야에 잠 못 이룬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반도의 밤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최저기온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열대야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30년 평균기온 14도로 높아져 #서울 최저기온 10년에 0.3도씩 올라 #도시 열섬현상이 ‘밤 폭염’ 원인 #무더위 이어지며 오존 오염도 악화

국립기상과학원은 서울·부산·대구·인천·목포·강릉 등 전국 6곳에서 지난 106년간(1912~2017년) 기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0년(1988~2017년)의 평균기온은 14도로 과거(1912~1941년) 12.6도보다 1.4도나 높아졌다고 29일 밝혔다.

특히, 최고기온은 10년마다 0.12도 오른 데 비해 최저기온은 10년마다 0.24도씩 올랐다. 하루 중에서도 밤 기온이 빠르게 상승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열대야 일수도 10년마다 0.9일씩 증가했다. 열대야는 밤(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서울의 경우 최저기온 증가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10년마다 0.36도씩 빠르게 오르면서 최근 30년 평균 최저기온(8.9도)이 과거 30년(6.1도)보다 2.8도나 높았다.

최저기온이 상승하고 열대야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와 도시화에 따른 열섬현상 때문이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연구과장은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건물이 낮 동안에 데워졌다가 밤에 열을 방출하면서 최저기온이 빠르게 올라가고 열대야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극단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의 모의실험 결과, 21세기 후반에는 해안이나 일부 산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변 과장은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 여름이 길어지고, 폭염 발생 시기도 5~9월까지 확장하고, 강도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폭염과 함께 대비해야 할 대표적인 것이 오존 오염이다. 마스크로도 걸러지지 않는 오존은 눈과 목을 자극하고,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7월 들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날은 모두 10일이었고, 부산·울산· 경남(부·울·경) 지역에서는 모두 13일이나 됐다. 강원과 충청, 호남, 대구·경북의 발령일수가 4~5일인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정수 기후대기연구부장은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오염 배출이 많아 강한 햇빛과 높은 기온, 잔잔한 바람 등 조건만 갖춰지면 오존 농도가 치솟는다”며 “부·울·경에서도 부산에서는 자동차에서 질소산화물가 배출되고, 울산에서는 석유화학공업단지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이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전남 광양 제철산업단지의 질소산화물, 여수 석유화학공단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바람을 타고 동쪽의 경남으로 이동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편, 폭염이 20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피서지를 찾는 관광객 숫자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속초 지역 해수욕장에는 올해 들어 46만8000여 명이 찾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3만4000여 명과 비교할 때 절반 이하로 준 것이다.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동해안 93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수는 360만4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1%나 줄었다.

서해안 해수욕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5일 오후 충남 태안군의 대표 해수욕장인 만리포 해수욕장에서도 물놀이하는 피서객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해변에 설치된 100여 개 파라솔을 이용하는 사람은 10명도 채 안 됐다. 만리포 관광협회 관계자는 “피서객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었다”며 “무더위에다 불경기가 겹쳐 올여름 해수욕장 경기는 최악”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속초·태안=박진호·김방현 기자 fee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