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이 분수대와 천사상은 19세기 박애주의자로 이름 높았던 앤서니 애슐리쿠퍼(1801~1885)를 기리는 조형물이기 때문이다. 백작 작위가 있어 샤프츠베리 경으로 불린 그는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운동에 헌신했다. 그가 25세에 하원의원으로 첫 당선했을 때 어린이들은 나이 불문하고 아무 공장에서나 일해야 했으며, 공장법(Factory Act)에 따라 하루 12시간의 노동만 하도록 제한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노력으로 19세기 말에는 10세 미만 어린이의 노동이 법적으로 금지됐고, 10~14세 어린이는 성인 근로시간의 절반을 넘겨 일할 수 없게 제도화했다.
'불량직업 잔혹사'(한숲 펴냄)라는 책에 따르면 당시 어린이 노동자들은 방적기 아래를 기어다니며 움직이는 기계 사이에 이물질이 끼지 않도록 청소하는 일을 주로 맡았다. 힘들고 위험한 그 시절 '근로조건 최악의 직업'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이가 샤프츠베리 경이다. 지금도 활 쏘는 천사의 눈을 통해 피카딜리 광장의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을 것 같은.
한국에도 이에 못지않게 자랑스러운 인물이 있다. 1923년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이다. 국제연맹이 '아동 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을 채택해 국제기구론 처음으로 어린이 보호를 호소한 게 24년 9월이었으니 소파는 대단한 선각자다.
그는 첫 어린이날에 뿌린 전단에서 어른에게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 보아 주시오"라고 부탁했고, 어린이에겐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라고 당부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대목이다. 이런 인물의 동상을 서울 한복판 광화문 네거리에 세워야 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오늘이 84주년 어린이날이다.
채인택 국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