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미화’ 발언 일파만파…홍준표 “우파가 하면 막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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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을 두고 한 ‘자살 미화’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의당이 홍 전 대표의 발언을 ‘막말’이라고 규정하자 그는 “우파가 하면 막말이냐”고 재반박했다.

지방선거 참패 직후 당직을 사퇴하고 미국에 머무는 홍 전 대표는 29일 새벽 페이스북에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 하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며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즉각 “수많은 막말의 어록을 남긴 홍 전 대표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촌철살인 어록의 정치인 노 의원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막말을 하나 더 얹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같은 말을 해도 좌파들이 하면 촌철살인이라고 미화하고, 우파들이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이 됐다”며 “맞는 말도 막말이라고 폄훼하는 괴벨스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고 맞섰다.

한편 진보 진영에서는 한목소리로 홍 전 대표의 발언에 쓴소리를 남겼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홍 전 대표는 그렇게 잊히는 게 두렵나. 타국에서 잔혹한 노이즈 마케팅이나 벌이고 있는 홍 전 대표는 자중자애하라”고 지적했다. 또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제발 일기는 일기장에 쓰시길 바란다”며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고 전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 역시 “지금 노 의원을 추모하는 분들이 자살을 미화하는 것이냐”며 “전에 노 의원에게 홍 전 대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표준은 아니신 분’이라고 답한 것이 기억난다. 정말 그렇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우리의 오랜 미덕 중 하나는 망자에 대한 후덕함이다. 노 의원의 비극에 그 누구도 미화한 국민 없다. 그의 삶에 애도했을 뿐”이라며 “어쩌면 그렇게 표독한 말씨를 골라 쓰는 천재적 소질이 있는지 더위를 더 덥게 만드는 그에게 그래도 고인은 너털웃음으로 대하시리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노회찬의 자살을 아름답다고 포장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할 뿐”이라며 “그의 정치적 삶을 칭송하는 것이 홍 전 대표의 눈에는 ‘자살 미화’로 보이는 모양인데, 그가 사고사나 병사를 당했어도 지금의 추모 분위기는 같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홍 전 대표는 삶 그 자체가 참 안타까운 분이다. 그럼에도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사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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