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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발견 소문에 주가 폭등, 이어진 수사' 벌써 3번 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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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해온 신일그룹 경영진이 투자 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남부지검으로부터 신일그룹 경영진의 사기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가 내려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용호게이트, 동아건설 이어 신일그룹까지

신일그룹은 1905년 러일전쟁에 참여했다가 침몰한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근처 해역에서 발견했다고 15일 발표했고, 이 배엔 약 150조 원의 금괴가 실려 있다는 미확인 소문이 돌면서 이른바 ‘보물선 테마주’ 주가가 출렁거리기도 했다.

이용호 게이트, 상장폐지된 동아건설 모두 보물선 소동에서 시작

2000년대 이후 이러한 보물선 소동만 세 번 째다. 패턴은 비슷했다. 보물선 이 발견됐고, 수 백 억에 달하는 금괴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주가가 폭등했고, 외부업체에 발굴을 맡겨 놓은 채 몸통인 기업은 발굴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특검 수사로 마무리된 이용호 게이트 역시 보물선 소동이 시작이었다.

2001년 삼애인더스트리라는 회사가 남해와 서해에 침몰한 일제시대 보물선을 인양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전남 진도군 죽도 앞 바다에 묻힌 배를 발굴하기 위해 물막이 공사까지 진행됐다. 당시 삼애인더스트리는 보물선의 가치가 20조원이라고 홍보했으며 인양을 위한 자금으로 두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해 3백75만주를 발행하기도 했다. 2001년 초 2000원이던 삼애인더스트리의 주가는 같은 해 1만7000원까지 급등했다가 1000원대로 추락했다. 자금이 부족해지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찾아가 투자를 받기도 했다. 결국 수사에 나선 검찰이 삼애인더스트리를 계열사를 거느린 G&G그룹 이용호 회장을 주가조작, 횡령 혐의로 구속하면서 끝이 났다.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 중인 신일그룹 최용석 대표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고증 결과 돈스코이호가 확실하며 곧 영국과 캐나다의 인양업체를 통해 인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돈스코이호 모형. [뉴스1]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 중인 신일그룹 최용석 대표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고증 결과 돈스코이호가 확실하며 곧 영국과 캐나다의 인양업체를 통해 인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돈스코이호 모형. [뉴스1]

같은 해인 2001년, 동아건설이 러시아 선적 '돈스코이호' 발굴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장외에서 200원 대에 거래되던 동아건설 주식은 800원까지 올랐다. 동아건설에 채무 보증을 해준 대한통운 주가도 12%나 뛰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탐사에 나섰지만 보물선 파동 와중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였던 동아건설은 결국 2001년 5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돈스코이호 인양은 ‘없던 일’이 됐고 동아건설 주식은 상장 폐지됐다.

15일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km 떨어진 수심 434m지점에서 발견된 돈스코이호 선채. [신일그룹 제공]

15일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km 떨어진 수심 434m지점에서 발견된 돈스코이호 선채. [신일그룹 제공]

17년이 지난 2018년 자본금 1억원의 신생회사인 신일그룹이 다시 '보물선 신화'를 들고 나타났다. 보물선 테마주인 제일제강 등 신일그룹과 관련 있는 기업 주가가 1600원 대에서 5100원까지 뛰었다가 며칠 만에 급격히 거품이 꺼졌다. 뿐만아니라 보물선을 담보로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암호화폐 상장을 예고했다. 신일골드코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코인에 투자한 이들만 12만 명을 웃돈다.

26일 신일그룹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의혹은 더 짙어지고 있다. 신일그룹 측은 이날 회견에서 "신일골드코인은 신일그룹과 무관하다"며 "우리는 인양만을 목표로 하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일그룹의 최대주주와 신일골드코인의 대표가 인척 관계라는 점 등 석연찮은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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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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