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 과녁된「5공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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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고전에 나오는 「5공비리」의 배후인물은 누구일까요』『전두환입니다』
『틀렸습니다. 「손오공」의 「삼장법사」 입니다.』 (웃음)
『교도소 탈주범 중 강영일이 말한 유전무죄를 이순자씨는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돈이 있는 게 무슨 죄가 됩니까』
『맞았습니다』 (웃음)
24일 오후 연세대 도서관 앞 민주광장.
고-연제에 참석한 2천여 학생들은 퀴즈의 문답에 일제히 폭소를 터뜨린다.
3년 전부터 연례행사로 치러온 고-연제의 올해 슬로건은「격파하라 분단을, 물리쳐라 독재를」, 명칭은 「고-연민족해방제」.
『…일일신 하고 우일신 하는 대학문화 창달케 하옵고, 애국민주열사 해원시켜 민족통일 이룩하게 하옵고…』
양교 증산도회원이 펼친 개막천제의 제문낭독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사뭇 엄숙하기도 했다.
사물놀이패와 어우러진 길놀이·어깨동무 한마당의 열기가 구속학생 어머니 들의『솔아 푸른 솔아』에 다소 주춤했으나 이어진 진기명기·퀴즈대회·노래경연·집체극 등으로 다시 고조되었다.
도서관 주위를 메운 학생들이 신명나게 놀이마당을 벌이고 있을 때 도로 한쪽구석에선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광주학살·부정비리, 전두환·이순자 구속 서명운동에 동참합시다』
학생들이 서명대에 줄지어 서 있다.
『비리로 가득 찬 사회를 보고 대학이 상아탑 속에 안주 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닙니까』 서명에 참석했던 한 학생의 말은 곳곳에서 봇물 터지 듯 쏟아져 나오는 5공 비리가 대학가 축제의 과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오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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