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값 하락 전망 … 최고 실적에도 크게 못 웃는 SK하이닉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SK하이닉스가 분기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SK하이닉스가 26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매출은 10조370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5%, 전 분기 대비 19% 상승했다.

2분기 매출 10조, 전년비 55% 상승 #영업이익률·당기순익도 사상 최대 #반도체시장 예측 엇갈려 불안 여전

번 돈은 더 많다. 영업이익률이 54%다.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 2분기 영업이익은 5조57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동기 대비 75% 늘어난 4조3285억원이다. 주요 지표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오는 31일 확정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 전망도 좋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80% 수준이 12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내부 전경.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내부 전경.

국내 반도체 업계 ‘쌍두마차’인 두 업체가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고점을 찍은 반도체 실적이 당장 3분기부터 내리막길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국내 반도체 업계가 지난 2년간 역대 최대 호황을 이어오고 있는 데는 앞서 기술력이 주춧돌이 됐지만, 수급 불균형 영향이 크다. 4차 산업의 발달로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자연스레 높은 가격이 형성됐고, 이들 업체는 영업이익률 50%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 하락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6달러까지 올랐던 D램(DDR4 8Gb 2133/2400㎒) 가격은 6월 말 8.6달러까지 내렸다. 6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9~10월 14.3달러였던 낸드(256Gb 32x8 MLC) 가격도 6월 말 기준 13.3달러까지 내렸다.

여기에 공급은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일단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그간 시스템 반도체에 주력했던 중국이 연말 낸드플래시(32단) 양산에 성공하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체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아직 쫓아오지 못하는 고급 제품의 공급도 늘어난다. 국내 업체가 잇달아 증설에 나서고 있어서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평균 2년 정도가 걸린다. 워낙 공급이 부족했던 2년여 전부터 시작한 증설이 하반기 속속 마무리된다.

SK하이닉스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전용 공장인 충북 청주 ‘M15’ 공장을 오는 9월 조기 완공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경기도 평택, 중국 시안 등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증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M15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낸드플래시 공급량이 4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하반기 삼성전자 공급량이 전년 동기 대비 24%, SK하이닉스는 2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D램 사이클을 보면 후발 주자의 시장 점유율이나 이익에 대한 과욕, 선두업체의 수요 전망에 대한 과신이 가격 인하를 촉발했다”며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하반기 업황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아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낙 수요가 든든하다는 것이다. 4차 산업의 발달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6%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서버와 PC용 제품을 찾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했고, 전 제품의 평균 가격은 4% 올랐다. 낸드플래시 출하량도 고속기억보조장치(SSD) 수요 확대, 중국 스마트폰 고용량화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19% 늘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의 경우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IDC 업체의 투자계획 상향,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 등으로 수요 증가세가 장기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D램 공정이 더 심화하면서 후발주자가 생산량 확대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엇갈리는 전망 속에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19일 9만300원에서 현재(25일 9시 25분 기준) 8만500원까지 내렸다. 키움증권은 “하반기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SK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평택 공장의 D램 양산 규모를 계획보다 축소했고 SK하이닉스도 수요에 따라서 생산량을 조절할 것이라는 의미다. 삼성증권도 “반도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떨어졌는데 이런 우려는 현실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결국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반도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근본적인 처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