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혹행위 못 이겨 신문사 헌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문공위는 22일 언론통폐합을 파헤친 증인신문에서 우선 통폐합의 피해자인 홍대건 전 경기신문사장과 최승효 전 광주MBC사장의 증언을 청취했다.
다음은 이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털어놓은 당시의 헌납과정.
◇홍대건 전 경기신문사장증언
▲김인곤 의원(공화)=신문사를 강제로 빼앗겼던 경위와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밝혀달라.
▲홍사장=80년 이스라엘에서 열렸던 국제신문발행인협회(FIEJ) 총회에 참석했다가 9월 중순께인가 귀국한 직후 계엄사합동수사본부로부터 태평로 서울신문사 뒤에 있는 사무실로 나와달라는 전화요청을 받았다.
그곳에 가 취조실로 여겨지는 컴컴한 방에서 10여일 동안 감금되어 경기신문과 경기출판사를 국가에 헌납하라는 강요를 받았다.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저항했으나 가혹행위에 견디다못해 10여일 후 수사관이 내놓는 서류에 서명해준 후 풀려났다.
수주일 후 서빙고에 있는 합수부에 다시 불려가 신문사에 외채가 있어 국고 귀속이 힘드니 매매형식을 취해야한다며 매매계약서를 쓰라고 해 강세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때 인수자는 박상복씨였고 입회인은 수도 계염사 합수부 최계수 소령과 남평우씨였다.
그후 12월 17일 재무부로부터 16억7천여만원을 기부 받아 농어민후계자육성자금으로 이관했다는 통지를 받고서야 내 언론재산이 국고에 귀속됐음을 알았다.
정당한 적법절차를 밟지 않았음은 물론 내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단 한 푼 보상을 받지 못했음은 물론 매매대금을 본적조차 없었다.
처음 불러갈 때 단순한 위협정도로 알았으나 재무부통지서를 받고서야 언론사상 전대미문의 탈취를 당했음을 알게됐다.
▲김동영 의원(민주)=그곳에서 인격적 모욕을 당했는가. 구타당한 적은.
▲홍=당했다. 구타는 아니고 다리에 손상을 입어 지금도 불편을 느낀다. 밤에 당해서 누가 했는지는 잘 모른다.
▲강삼제 의원(민주)=가혹행위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홍=10여일 동안 혹독한 가혹행위를 당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혹독한 일을 당했다.
▲최훈 의원(평민)=경기신문을 통합한 경인일보 현 사장이 전안기부 경기지부장이고 대주주 한 사람이 민정당의 현 지구당위원장이며 감사는 전 보안사 수원지구대장이라는데 맞는가.
▲홍=그렇게 알고 있다.
▲손주환 의원(평민)=지금도 신변위협을 느끼는가.
▲홍=그렇다. 당시 합수부에 끌려갔던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강의원=매매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생각 않나. 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았나.
▲홍=계약서에 내 의사가 단 한자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무효다.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았던 것은 헌법부칙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이고 지금은 소송을 제기할 경제적 여건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승효 전 광주MBC사장 증언
▲강삼재 의원=통폐합에 의해 광주MBC를 빼앗기게된 경위를 설명해 달라.
▲최사장=80년 11월 12일 오후 8시 갑자기 광주보안부대장의 호출을 받고 부대장실로 불려가니 도내 양 신문사(전남일보와 전남매일을 지칭)와 MBC사장들이 모여 있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언론통폐합에 따른 협조의 강력한 압력을 받았다. 일방적인 명령식 강요에 눈물을 머금고 각서에 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틀후인 14일 오전 10시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방송협회 임시총회가 열리니 반드시 참석하라는 통지를 받고 출석해 『건전 언론육성과 창달을 위한 결의』를 했다.
이런 명분으로 언론통폐합을 하는 것을 보고 적개심마저 느꼈다.
그후 통폐합 집행 과정에서 본인이 갖고있던 광주MBC주식 85%중 36%를 MBC본사에 양도토록 강요받았고 양도대금도 2년 거치 3년 무이자 분할상환에 영업권을 계상하지 않은 상대로 불리한 계약을 강제적으로 맺었다. 82년 2월에는 사장으로 근무하다 첫 번째 상환금도 받지 못한 채 주주총회를 통해 사장직 마저도 물러났다.
▲강의원=11월 14일 방송협회총회의 결의에 참석했는가.
▲최=그렇다. 사전에 그 같은 결의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결의문이 그 자리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고 사전에 작성된, 것을 협회 한상무이사가 낭독하고 이원홍 회장이 가부를 물었다.
▲최각규 의원(공화)=가부를 물었다고 했는데 왜 반대하지 않았는가.
▲최=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