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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0만원 버는 동네피자 사장 “경쟁 피자 배달 알바 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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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5일 조현천씨가 인천 계산동 주택가에서 피자 배달을 하고 있다. [조현천씨 제공]

25일 조현천씨가 인천 계산동 주택가에서 피자 배달을 하고 있다. [조현천씨 제공]

폭염이 이어진 24일 저녁 인천 계산동 주택가. 골목을 헤집고 달리는 조현천(38)씨의 배달용 오토바이엔 브랜드가 다른 피자 2박스가 있었다. 한 박스는 본인이 운영하는 ‘피자바니오’, 또 하나는 경쟁 브랜드의 피자다.
조씨는 “우리 가게로 주문 들어온 피자를 배달하는 김에 다른 가게 것도 같이 배달한다”며 “이렇게 해야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나 같은 사람이 서너명은 된다. 사장 겸 알바”라고 덧붙였다.

추락하는 자영업 #38세 조현천씨의 사장·알바 투잡 #알바 쓰는 돈 아끼려 부부 영업 #6·4세 딸 키우려 배달대행 나서 #프랜차이즈 가맹점 하다 두 번 망해

조씨는 부인과 함께 피자집을 운영한다. 부부는 지난해 10월 가게를 연 이후 9개월 동안 딱 6일 쉬웠다. 한 달 평균 ‘29.3일’ 일한 셈이다. 아내는 주방을 책임지고 조씨는 배달을 전담하며,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일한다. 하루에 팔리는 피자는 15판가량으로, 매출로 따지면 20만~25만원. 짬짜면(짬뽕+짜장)처럼 두 가지 피자를 한 판에 담은 1만5000원짜리 피자를 팔면 4000원 정도 남는다. 월세 55만원 등 비용을 제하면 부부가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조씨는 “영세 자영업은 결국 인건비 따먹기여서 알바 한 명을 쓰면 수익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최저임금까지 무섭게 오르니 당분간 아르바이트생 고용하긴 틀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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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가 월 100만원가량 버는 배달대행 알바에 나선 것도 부부 합산 월 소득 200만원으로는 가정을 꾸려가기 어려워서다.
조씨는 “배달 대행 20여 건을 포함해 하루 40여 건의 주문을 완수하려면 골목을 미친 듯이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도 피자 가게와 배달알바까지 합해 한달 수입은 약 300만원으로 6세와 4세 두 딸을 키우기엔 빠듯하다.

경기는 안 좋은데 피자가게는 갈수록 늘고 있다. 그나마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어서다. 가격파괴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조씨는 “한 판에 5000~6000원 하는 저가 피자집이 많이 생겼다. 이런 데는 3000만~4000만원이면 가게를 낼 수 있다고 선전하며 창업자를 끌어모은다”고 말했다.

직업군인으로 20대를 보낸 조씨는 30대가 되자마자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8년 동안 가게를 두 번이나 접어야 했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가맹 피자점은 4년 만에 스스로 탈출했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매출 3000만원으로 전체 가맹점 중에서 수위권을 달렸지만 1년을 가지 못했다.
조씨는 “식재료비 등 본사에 내야 할 돈이 갈수록 늘면서 수익이 곤두박질쳤다. 권리금 1억3000만원을 주고 들어간 자리에서 겨우 3000만원만 건져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찾았지만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가게를 열었다. 이번에는 창업 비용이 덜 드는 ‘두 마리 한 세트’ 컨셉트의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었다. 하지만 일은 더 고단하고 대신 수익을 내기는 더 힘들었다. 조씨는 “피자보다 ‘두마리 치킨’이 더 힘들었다. 2만원짜리 한 세트를 팔아봐야 딱 4000원 남았다”며 “아내와 정신없이 닭만 튀기는 데도 손에 쥐는 건 없었다”고 했다.

단둘이 하는 ‘동네피자집’이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보다 매출은 절반 내지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수익은 더 된다는 뜻이다. 조씨는 “프랜차이즈를 할 땐 식재료비로 45%를 가맹본부에 내야 했지만 지금은 35% 수준”이라면 “프랜차이즈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손에 쥐는 건 없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하고 일은 고된데도 조씨 부부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조씨는 “각각 다른 종류의 피자를 한 판에 담는 ‘반반피자’는 우리 부부가 직접 개발했다. 반반피자가 잘 돼서 나중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게 되면 갑질하지 않는 사장이 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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