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양준혁, 더디 가도 300홈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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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통산 300홈런의 세 번째 주인공이 된 양준혁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사자인형을 선물로 받아들고 있다. [삼성구단 제공]

경기 전 조범현 SK 감독은 "삼성 양준혁의 주루 플레이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양준혁의 도루 실패를 떠올린 주위 사람들은 크게 웃었다. 그러나 조 감독은 정색을 하고 말을 이었다.

"평범한 땅볼을 쳐도 죽도록 뛰잖아요. 느리고 빠르고는 그 다음 문제예요."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는 양준혁의 진정한 매력은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는 의미였다. 양준혁은 그 꾸준함으로 '300홈런'을 쌓아 올렸다. 장종훈(340홈런.한화 코치)과 이승엽(324.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이어 세 번째다.

이승엽이 27살(2003년), 장종훈이 32살(2000년)에 300홈런을 친 것에 비하면 37살 양준혁의 300홈런은 뒤늦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홈런 타자 장종훈.이승엽과 달리 양준혁은 꾸준히 3할 이상, 100안타 이상을 때려내는 교타자다. 홈런 타자들과 다른 길을 걸으면서 한국 슬러거의 상징 '300홈런'을 완성한 것이다.

지난 시즌 양준혁은 데뷔 후 가장 낮은 타율(0.261)을 기록했고 가장 적은 안타(103)와 홈런(13)을 쳤다. '여기서 무너지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대기록을 세웠다. 한대화 삼성 수석코치는 "140㎞ 공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느려진 배트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데 훈련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훈련이 없는 휴일에는 러닝으로 몸을 다졌다. 한 코치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윙이 아니라 임팩트 순간 손목을 활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런 치밀한 노력이 300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대구=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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