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황제 대접'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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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외국 특파원들이 초청을 받아 지방정부를 방문할 때 자주 듣던 말이다. 하지만 외국 투자기업이 우대받던 시절은 이제 끝나가고 있다.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가 끝날 무렵 이런 얘기도 들렸다. "외국기업은 이제 중국에서 눈치를 봐야 한다."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중국 공상련(工商聯)은 전인대 기간 중에 "외국기업들의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국가경제안전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중국 재계를 대표하는 공상련은 아울러 "필요한 기구와 시스템을 구축해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황제 같은 대접을 받던 외국기업들이 이제는 중국 기업인들의 경계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최근 경질된 리더수이(李德水) 통계국장은 한 술 더 떠 "중국 주권을 침해하거나 시장을 독점하려는 M&A는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원자바오 총리가 개방을 확대하되 국가경제의 안전 수호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원 총리는 전인대 업무보고를 통해 "외국자본을 활용하되 질적인 수준을 제고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작업장 안전조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폐쇄하고 낡은 생산시설은 도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외국기업을 견제하는 각종 정책이 잇따를 전망이다. 중국 국내기업에 비해 상당한 법인세 혜택을 누려왔던 외국기업들은 머잖아 그런 특혜를 잊어버려야 할 것 같다. 현재 외국기업의 법인세율은 보통 15%로 중국 기업(33%)의 절반도 안 된다.

노조와 단체협약도 맺지 않고 저임의 노동력을 풍족하게 쓸 수 있었던 상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단체협약과 노조 설립을 명문화한 '노사합동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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