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월북작가 연구논의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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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납·월북작가 작품 출판 붐에 이어 이들에 대한 연구도 확산되고 있다.
7·29 해금조치이후 주요 문예지들이 납·월북작가 연구논문들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가 하면, 이들 작가를 총체적으로 분석한 「작가론」들이 단행본으로도 출간되고 있고, 또 문인협회에서는 『통일지향과 한국문학』이란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해금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납·월북작가 연구가 문단 전체로 확산돼 가고 있다.
근간 13개 주요 문예지들을 살펴보면 『문학사상』은 8월호부터 월북 문인의 대표작 및 문학이론을 분석한 「월북문인연구」특집을 시리즈로 내고 있다. 8월호에서는 박팔양·박태원·한설야·이기영·송영·임화 등의 대표작을 분석했으며 9월호에서는 카프문학과 월북문인 및 해방공간의 문학노선, 그리고 북한문학의 검증을 통한 근대문학사 연구방법론과 과제를 다룬 김윤식·권영민씨의 좌담 「한국근대문학과 이데올로기」를 실었다. 또 10월호에서는 임화와 김남천의 문학논쟁과 사상의 궤적을 다룬 「임화와 김남천일<물 논쟁>에서 <문학가 동맹> 조직까지」를 싣고 있어 가장 활발하게 납·월북 문인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의 문학』 가을호는 「30년대 문학연구」를 특징으로 다루고 있다. 이 특징은 30년대 우리 문단을 풍미했던 이태준·박태원·이용악·김기림 등 해금문인 4명을 다룬 논문 4편을 담고 있다. 『창작과 비평』 가을호도 「이용악 연구」를 싣고 있다.
한편 납·월북 문인 연구에 대한 기초자료로 지난해 가을·겨울 2호에 걸쳐 「납·월북문인 인명사전」을 낸바 있는 『문예중앙』은 이번 가을호에서는 「카프의 조직과 해체·3」을 연재물로 다루고 있어 해금문인에 대한 개별 작가론이나 작품론이 아닌 한국문학사 편입을 위한 문학사 복원 측면 작업을 일관되게 행하고 있다. 또 『월간문학』은 6월호에서 『분단시대와 문학사 재조명』이라는 특집을 통해 정지용·김기림 및 당시로서는 미 해금 상태였던 박태원·이태준·최명익 등 5명을 다뤘으며 앞으로도 그 외의 작가들에 대한 연구를 계속 다룰 예정이다.
이와 같은 납·월북 문인에 대한 연구는 문예지를 통한 단편적인 연구 외에도 한 작가를 총체적으로 연구한 단행본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말 정지용·김기림 연구가 단행본으로 나온 데 이어 최근 이태준의 전기 및 작품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이태준 연구』(민충환 저·깊은 샘), 아직 미 해금 상태인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과 홍명희를 다각적으로 연구한 『벽초 홍명희 「임꺽정」의 재조명』(임형택 강령주 편·사계절)이 출간되기도 했다.
한편 시인·소설가·평론가 등 전국 1백여 문인들이 참가해 15, 16일 이틀동안 열린 문인협회 세미나는 『통일지향과 한국문학』을 주제로 해금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그들을 현대문학사에 편입, 분단문학사 극복을 위한 연구방향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와 같은 납·월북·문인에 대한 연구는 정지용·김기림·이태준·박태원·이용악 등에 집중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30년대 주목받던 작가들로서 우리의 현대문학사에 공백으로 남아있던 영역을 우선적으로 메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앞으론 1백 20여명에 이르는 해금 문인에 대해서도 연구가 확산돼 그들의 문학사적 위치를 잡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권영민 교수(서울대·평론가)는 『해금 문인들에 대한 연구가 우리의 불구 문학사를 극복, 완전한 문학사를 복원하기 위한 작업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단면적 연구가 아니라 문학사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 그들의 위상을 설정해 놓고 연구에 들어가야 한다』며 해금 문인들의 단면적 연구를 경계했다.
또 북한문학연구도 단순한 호기심에서가 아니라 해금 문인들의 50년대 이후 작품활동을 추적하기 위해 통일시대 남쪽문학과 북쪽문학을 합친 통일문학사 기술의 관점에서 연구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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