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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공의 조화 일품… 동양사상 "물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샘·프란시스」 작품전이 서울 구기동 서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11월 30일까지). 이번 「샘·프란시스」 서울전은 퐁피두 미술관을 창립하고 초대관장을 지낸 「퐁튀스·훌텐」이 기획한 것-. 20일께 작가와 기획자가 서울에 온다. 올림픽기간 중에 열 예정이었는데 좀 늦어졌다.
출품작은 모두 작가가 소장하고 있는 80년대 작품 20점-.
모노타입이란 이름이 붙은 이 작품들은 이미 세계, 유명화랑에서 전시회를 열어 평가받은 우수작이다. 한국에서 모노타입의 작품을 보이기는 이번이 처음-. 색깔이 있는 지형도를 보는 것 같지만 그 속엔 오묘한 동양사상이 내재돼 있다.
선이랄까 기랄까 그린걸 느끼게 해준다. 한 마디로 말해서 공간과 색채를 풍부하고 다양한 표현으로 조화시켜 놓은 작품이다.
산꼭대기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샘·프란시스」의 작품은 그 공간 속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색채들은 양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강력한 맛을 전한다.
모노타입에서는 색채와 공간이 회화작품에서 다루어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지는 않는다.
맨 먼저 나무판 위에 종이(특별히 만든 수제품)를 놓고 문질러서 푸루타 주기법으로 나무 결을 떠낸다. 그 다음 큰 목각으로 형태만 만든 후 원이나 삼각형 등을 넣은 구성을 해서 안료에다 잉크나 오일을 섞어 뿌리거나 칠한다.
마지막 단계가 이렇게 제작한 작품을 프레스기로 압착해서 뽑아내는 것이다.
회화 속에 판화기법을 도입, 제작과정에 우연적 요소를 개입시켜 기상천외한 효과를 노린 작품이다.
이처럼 작품창작의 전 과정이 끝날 때까지 손으로 다룰 때와 같은 자유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우연성이 살아나는 게 특징이다. 얼른 보기엔 판화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모노타입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자적인 작품이다.
「샘·프란시스」는 1923년 미국캘리포니아주 샌마티오에서 수학교수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버클리대에서 "식물학·의학"을 전공하다가 43년 미 육군 항공부대에서 복무, 훈련 중 부상으로 척추결핵에 걸려 44년 덴버시의 피츠시몬즈 육군병원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나와 버클리대에서 미술을 전공, 49년에 학사, 50년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58년 뉴욕근대미술관이 기획한 「새로운 미국회화」전에 출품했다. 이 전시가 밀라노·마드리드·베른·암스테르담·브뤼셀·런던으로 순회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샘·프란시스」는 몇 차례 결혼에 실패하고 65년 일본여성 「이미데츠·마코」(출광진자)와 결혼, 산타모니카에 대규모 스튜디오를 세우고 미국·일본 등을 오가면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모노타입과 함께 다른 작품도 몇 점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프레임도 천편일률로 똑같이 하지말고 작품에 따라 변화를 주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이만한 전시회에 관람객이 적다는 것은 어쨌든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규일<계간미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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