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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네 엄마 찢어버려!"…독방 수감자 소란에 소송 걸린 교도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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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내부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교도소 내부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죗값 받으려다 '의외의 복병' 만난 수용자들

교도소 재소자들은 복역 기간 중 몸이 아프면 '환자관리사동' 또는 '의료수용동'이라 불리는 공간에서 치료를 받는다. 민간 병원과 달리 2.5평(8.3㎡) 안팎의 공간에서 10여 명이 함께 생활한다.

지난해 전주교도소 출소한 50대 남성 #국가 상대 1000만원 손해배상 청구소송 #"독방 수용자 폭언·모욕 일삼는데도 #교도관들 격리조치 안해 정신적 피해" #법무부 "금치처분 등 엄정히 처리" 반박

예외도 있다.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 등 독방(독거실) 이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수용자는 방을 혼자 쓴다. 그런데 만약 독방 수용자가 소란을 피우거나 다른 수용자들을 모욕한다면 어떨까. 이른바 '슬기로운 감방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교정 당국으로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난감한 상황이 전북 전주교도소에서 벌어졌다. 전주교도소 의료수용동에서 생활한 A씨(57)는 지난 3월 국가를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의료수용동 수감 기간(2016년 6월~지난해 5월)에 마주 보는 독거실에 수감된 에이즈 환자 B씨(48)가 수개월간 반복해서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는데도 교도소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전주지법에 소장을 냈다.

안양교도소 내부 모습. 기사와 무관함. [중앙포토]

안양교도소 내부 모습. 기사와 무관함. [중앙포토]

"밤낮없이 소란 피우니 불면증·우울증 악화"

공문서 위조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형을 섣고받은 A씨는 지난해 5월 만기 출소했다. 다른 지역에서 2016년 6월 전주교도소로 옮긴 그는 당뇨병과 우울증을 앓아 의료수용동에 수감됐다. A씨는 "맞은편 독거실에서 밤낮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B씨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우울증이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전주교도소 의료수용동에는 120명가량의 수용자가 생활한다. 전주교도소 전체 수용자 1200여 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들의 방은 서로 마주보는 구조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수용자 한 명이 소란을 피우면 복도 전체가 울린다고 한다.

A씨는 "수용자들이 교도소 측에 수차례 B씨에 대한 격리 조치를 요청했지만 교도관들은 '참으라'고만 할 뿐 의견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이즈라는 병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수용자가 죗값을 받되 부당한 처우가 고쳐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A씨가 전주지법에 낸 준비서면 캡처. [자료 A씨]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A씨가 전주지법에 낸 준비서면 캡처. [자료 A씨]

법무부 "수용자 신분상 어느 정도 불편 감수해야" 

실제 B씨는 지난해 12월 1심 법원에서 모욕죄가 인정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4~8월 수차례에 걸쳐 마주 보는 수용실에 수감된 C씨에게 여러 수용자들이 보는 가운데 "쫌팽이, 곰팡이", "니네 엄마 XX를 찢어버린다" 등 욕설을 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같은 시기 C씨의 옆방을 쓰던 A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이를 교도관들이 제대로 제재하지 않아 B씨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전주지법에 낸 준비 서면에서 "전주교도소는 B씨의 규율 위반 행위에 관해 형집행법에 근거해 엄정하게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B씨의 욕설이 문제가 돼 규율 위반 스티커 3회 발부 후 금치 처분을 내리는 등 수용자 관리에 만전을 다했다"는 취지다. 금치 처분은 수용자가 규율을 어기면 TV 시청 및 독서 금지, 개인 휴대 물품 사용 금지 등 각종 처우를 제한하는 징벌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B씨는 각각 '지시 불이행'과 '수용생활 방해'를 이유로 지난해 5월 4일과 8월 24일 두 차례 금치 처분을 받았다. 금치 기간은 최소 일주일 이상이었다.

법무부가 A씨 주장을 반박하는 준비서면 캡처. A씨 변호인이 전주지법에서 받았다. [자료 A씨]

법무부가 A씨 주장을 반박하는 준비서면 캡처. A씨 변호인이 전주지법에서 받았다. [자료 A씨]

법무부는 "다수인이 제약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환경이어서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교정시설에 수용된 신분상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는 것"이라며 재판부에 원고(A씨)의 청구를 기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사건의 4차 속행 공판은 오는 24일 오후 2시 10분 전주지법 12호 법정에서 민사32단독 심리로 열린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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