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전 대법관 등 4명 압수영장 기각에 검찰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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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코트'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강제 수사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5명의 전·현직 판사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중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자택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만을 발부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민수 전 기획조정심의관 등 4명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모두 기각했다. 이들은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 실력자들과 재판 등을 둘러싸고 부적절한 거래 등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이언학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의 배석판사로 근무한 경럭이 있다. 이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주거의 안정과 평안을 해쳐야 할 정도로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뜻을 검찰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런해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업무용 PC를 디가우징할 당시 백업 파일을 따로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게됐다.

특히 박 전 대법관은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속 상관을 지냈다. 임 전 차장으로부터 법관 사찰, 재판거래 의혹 문건 등에 대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왔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이 대법원에 대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압수수색 등 영장을 청구했을 때 이 부장판사가 심사를 맡아 영장을 기각한다면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대법관 등 4명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영장을 재청구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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