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도 폭염속 태극기 집회…"지금 건강 걱정할 때냐, 사형수도 30년 안 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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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도심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전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추가로 유죄가 선고돼 형량이 총 32년에 이르게 된 것에 항의하며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한낮 최고기온이 36도에 달하는 폭염에도 3500여명이 모였다.

낮 12시 30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 주최 집회가 열렸다. 오후 1시 30분에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도 300여명이 모였다.

더운 날씨에 집회 참가자들은 연신 부채질을 했다. 12시 30분 대한문 앞 집회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덥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라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러 나오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말하는 중에도 연신 땀을 흘렸다. 경비를 위해 나와 있던 의경들도 팔 토시와 우산으로 햇빛을 가렸지만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검은 우산과 팔토시로 햇빛을 피하고 있는 의경들. 김정연 기자

검은 우산과 팔토시로 햇빛을 피하고 있는 의경들. 김정연 기자

주변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있던 한 참가자는 “사형수도 30년은 안 때린다. 박 대통령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덥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더운 게 뭐가 중요하냐. 지금 건강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라는 권모(61)씨는 “젊은 세대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인근에 좌판을 펴고 각종 태극기 관련 물품과 팔토시, 손 선풍기 등을 같이 팔고 있었다.

21일 대한문 집회 앞 좌판에서 팔던 태극기집회 관련 물품과 팔토시, 손선풍기 등 더위를 쫓을 용품들. 김정연 기자

21일 대한문 집회 앞 좌판에서 팔던 태극기집회 관련 물품과 팔토시, 손선풍기 등 더위를 쫓을 용품들. 김정연 기자

집회장소 옆 그늘과 카페 안에서 햇빛을 피하고 있는 집회 참석자들. 김정연 기자

집회장소 옆 그늘과 카페 안에서 햇빛을 피하고 있는 집회 참석자들. 김정연 기자

집회 참석자들은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려고 그늘을 찾아 다녔다. 카페 안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던 윤모씨는 “2시 집회 가려고 일찍 오긴 했는데, 너무 더워서 카페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전날 판결에 대해 “이건 인민재판이다. 날이 뜨겁다고 해서 안 나올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옆에 있던 다른 참가자도 “사람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못나오게 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2시부터는 주최 측 추산 2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역 광장에서 ‘박 대통령 인권유린 중단 및 무죄 석방 촉구’ 집회가 열렸다. 광화문 교보빌딩 앞, 보신각 앞, 명동 중앙우체국 앞 등에서도 200여명이 모이는 등 하루 종 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박 전 대통령 유죄선고 항의 집회를 이어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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