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왕복선서 내리는 '엄마 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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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케네디 우주센터를 출발하기에 앞서 NASA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는 아일린 콜린스. [AP=연합뉴스]

"이제는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왕복선 선장인 아일린 콜린스(49)가 미 항공우주국(NASA)을 떠난다. 콜린스는 1일(현지시간) "아직 우주선을 타지도 못한 우주인이 적지 않다"며 "이제는 내가 물러나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늘에 대한 콜린스의 꿈은 어린 시절 여름 캠프에서 시작됐다. 우연하게 글라이더의 이륙 광경을 목격한 뒤 '나도 하늘을 날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16세 되던 해부터 돈을 한두푼씩 모으기 시작했다. 비행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다. 19세가 되던 해 그는 비행장을 찾아가 비행교관들에게 비행기 조종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교관들은 그의 고집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1978년 미 공군에 입대해 전투기를 몰게 된 콜린스의 꿈은 우주로 뻗어갔다. 90년 NASA가 그녀를 우주 비행사로 발탁한 것이다.

5년 후 그녀는 여성 최초로 우주 왕복선 조종간을 잡았으며 99년에는 최초의 우주 왕복선 여성 선장이 됐다. 872시간의 우주 비행 기록을 갖고 있는 콜린스는 99년 컬럼비아호 비행 후 미국 여성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NASA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콜린스의 취미는 '독서'로 돼 있다. 그러나 그는 좋아하는 책을 소개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루해서 소설은 잘 읽지 못한다. 우주를 탐사하는 내 인생이 어떤 소설보다 더 흥미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주인들 사이에서 콜린스의 별명은'엄마(mom)'다. 우주선을 잘 다루는 동시에 엄마처럼 동료 우주인을 잘 보살피는 따뜻한 심성을 지녔다는 얘기다. 콜린스는 델타항공 조종사인 패트 영스과 결혼해 딸(10)과 아들(5)을 두고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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