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김선동' 시대 맞은 한국당 여의도연구원, 활력 되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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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내정된 김선동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내정된 김선동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여연의 새 수장으로 김선동 의원(서울 도봉을, 재선)을 내정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친박 인사로 분류되지만 비교적 계파색이 옅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병준 위원장은 김 의원에 대해 “1년 동안 당 개혁, 국가 개혁과 관련해 적잖은 대화를 나눴고 저와 유사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탁 배경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의도연구원은 (한국당의) 새로운 가치와 정책 방향을 정립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구”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당내에선 침체된 당 분위기와 맞물려 제 기능을 못하고 있던 여연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 첫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윤영석 대변인, 김용태 사무총장, 홍철호 비서실장,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뉴스1]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 첫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윤영석 대변인, 김용태 사무총장, 홍철호 비서실장,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뉴스1]

1995년 4월 김영삼 정부 시절 민주자유당의 정책개발 기구로 출범한 여연은 각종 사회적 이슈를 선점해 당의 정책과 중장기 전략에 반영하는 ‘두뇌’ 역할을 추구해왔다. 여당일 때는 물론 야당 시절에도 보수 재집권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승민ㆍ이혜훈 의원,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정치신인들을 배출하는 일종의 관문 역할도 했다. 2013년에는 여의도연구소에서 여의도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정책 연구 기능을 확대했다.

하지만 2014년 친박-비박 계파 갈등의 중심에 여연이 등장한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고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를 여연 원장으로 임명하려다 친박계의 반발에 부닥쳐 뜻을 접었다. 2016년 새누리당 공천파동 때는 여연 내부 여론조사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비박계 의원들이 뒤처지는 내용이 포함돼있어 여연 여론조사가 특정 계파를 쳐내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샀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 첫 인선자들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임된 윤영석 대변인, 김용태 사무총장,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 홍철호 비서실장,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 첫 인선자들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임된 윤영석 대변인, 김용태 사무총장,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 홍철호 비서실장,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시절엔 여연이 친이-친박 계파 갈등의 희생양이었다. 친박 서병수 의원, 김성조 의원이 잇따라 여연의 수장을 맡았지만, 당내 주류인 친이계로부터 노골적으로 불신을 받았다. 2009년 4·29 재보궐선거 공천 당시 여연 여론조사가 아닌 외부기관 조사를 공천근거로 활용한 게 대표적이다.

여연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여연의 독립성 확보와 연구역량 강화를 선결과제로 꼽는다. 김선동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에게 가장 필요한 건 국민으로부터의 신뢰 회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정책이나 이슈에 대해서 자당의 이익을 위해 논쟁하고 대립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우리가 국민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당내 여론조사 기능을 위주로 하는게 아니라 현 정부 견제와 정권 재창출의 기반 마련을 위한 역할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김경희ㆍ성지원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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