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토론] 강남 집값 잡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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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참석자

▶ 金京煥 서강대 교수
▶ 金善德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 魯英勳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 林德鎬 한양대 교수

사회=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한 주 사이 1억원 이상 뛰고 지난해 9.4 부동산 안정대책 직전의 수준에 육박하게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정부는 지난 5일 중소형 평형 의무 비율 확대 등 강도높은 재건축 규제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15일 강남 집값이 폭등하는 원인과 대책 등을 알아보는 토론회를 가졌다.

▶사회=강남권 재건축아파트 값 폭등문제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강남 커뮤니티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교육문제와 동류의식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金善=뛰어난 교육여건이나 신시가지로서의 좋은 입지여건 등이 상승 요인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1980년대 초반에 대규모로 들어선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집값 급등을 낳았습니다. 재건축의 기대 수익률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林=강남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예견된 현상입니다. 외환위기 때 주택공급이 급감했고, 특히 중소형 평형 건설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입주시기인 2001년 이후 중소형 평형부터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또 강남에 테헤란로가 들어선 것이 강남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습니다. 빌딩들에 입점한 벤처업체 등 기업의 임직원들이 가까운 곳에서 주거지를 찾으면서 자연 강남 수요가 크게 늘었죠.

▶金京=강남 집값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꼭 확산한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강남이 다른 지역보다 상승률이 높지만 이는 지역적인 문제입니다. 지역적인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다른 지역 상승률을 잣대로 강남과 비교해서는 안됩니다.

▶사회=정부는 재건축 규제를 골자로 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 대책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金京=중소형 평형 비율 확대와 조합원 분양권 전매금지 등 정부대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단지들은 단기적으로 하락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공급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강남 전체 주택가격은 오히려 오를 수도 있습니다.

▶魯=중소형 평형 의무비율 확대는 정부 기대와 달리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수익성이 낮아져 재건축을 포기할 수 있고 그나마 수익성 문제 등으로 사업 일정이 불확실해 결국 공급이 더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金善=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서울시의 일반주거지역 종(種)세분화에서 2종(12층 이하, 용적률 2백% 이하)으로 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3종(용적률 2백50% 이하) 기대감이 남아있습니다.

재건축 단지가 이번 대책으로 하락하더라도 주변의 일반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가격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란 말이죠.

▶林=9.5대책은 미래의 기대수익을 줄였기 때문에 재건축 투기수요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 확대는 중소형 평수 수요를 많이 해결했다는 점에서 강남권 토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공급확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가격 불안요인이 남아 있습니다.

▶사회=이번에 내놓은 정부 대책의 문제점은 없는지요.

▶林=중소형 평형 의무비율 확대 대책은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공급을 늘리려면 고밀도 개발이 필요한데 오히려 2종으로 되면서 용적률이 낮아져 공급 위축이 우려됩니다.

용적률을 높이지 않고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만 확대하면 수익성 악화로 공급이 늘어날 수 없습니다.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60% 적용도 문제입니다.

▶金京=10억~15억원대의 강남 집은 서민 주거와는 무관합니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중간을 봐야지 꼭대기에 맞춰서는 안됩니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선 뭐든지 하겠다는 식의 정부 정책이 집값 문제를 더 악화시켰습니다.

▶金善=정부는 과거 정책을 다시 끄집어내고 있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했던 1980년대 말 사용했던 정책 수단은 더 이상 먹히지 않습니다.

지금은 토지보다 오래 된 아파트가 문제이고 투자대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세금정책 등이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이런 시장 변화를 정부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나 토지 과다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부유세 신설 등으로 강남의 수요를 줄일 수 있을까요.

▶金京=주택 수익률을 판단하는 데 세금부담이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는 실효성이 적습니다. 양도소득세 역시 투기억제수단으로 봐서는 안됩니다.

▶魯=주택정책에 조세적 접근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또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과세하는 방식도 문제입니다.

▶林=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은 줄여야 합니다.

▶사회=정부는 강남 대체주거지로 판교 신도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판교의 대형 평형이 강남 고급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金京=공급을 늘리는 측면에서 신도시 개발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빨리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강남의 공급확대책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차피 강남의 대체 주거지로 개발하려면 무엇보다 철저한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랬다 저랬다 해서는 안됩니다.

▶林=강남이 커졌습니다. 서초.송파구 등 권역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신도시 개발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판교신도시를 강남 대체주거지로 만들려면 중대형 평형으로만 구성해야 합니다.

또 저밀도로 개발해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강남 수요를 유인해야 합니다. 명문으로 꼽히는 대원외국어고가 강북에 있지만 상당수 학생이 강남에서 살면서 통학하고 있습니다. 학교만 짓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魯=판교신도시는 수도권 주택공급에는 기여하겠지만 강남을 대체할지는 의문입니다. 부동산은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 상품처럼 똑같이 만들 수가 없습니다. 교육여건 역시 말대로 쉽게 될 수 없습니다.

▶사회=집값 폭등이 사회 문제화된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도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임기응변적이어서 집값 문제가 악순환되는 양상입니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金善=강남만 누른다고 집값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정책 방향을 바꿔 중산층을 위한 장기적인 주택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金京=가격 안정화가 부동산 정책목표가 돼서는 안됩니다. 주택정책은 평균적인 주거환경의 질을 높이는 것이어야지 가격은 그 뒤 문제입니다.

단기적인 대책에 급급하다 보니 시장에 정책 불신이 팽배하고 공급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등락이 심해졌습니다. 정부는 가격보다 안정적인 공급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林=무엇보다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에 주력해야 합니다. 서울에 임대주택을 지을 땅이 없다면 수도권 신도시에 임대주택을 늘려야 합니다. 전철 등 교통망이 발달해있기 때문에 꼭 도심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魯=가격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에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원인인 공급부분에 정책을 집중해야 합니다.

정리=안장원 기자<ahnjw@joongang.co.kr>

<사진 설명 전문>
서울 강남권 집값 급등 원인과 대책 등에 대해 첨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임덕호 한양대 교수,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김경환 서강대 교수, 노영훈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