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다시 젊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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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명동에 10대들이 몰려들고 있다. 80년대까지 젊은이의 거리로 명성을 떨치던 명동은 90년대 중반 이후 압구정동 등 강남에 밀려 젊은층의 외면을 받았었다.

일본.중국 관광객이나 맞춤복.보세의류를 찾는 중장년층이 주를 이루던 이곳에 다시 10대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밀리오레.아바타 등 10대 위주의 패션몰과 영화관이 들어서면서 이들의 문화공간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고가인 데다 점잖은 명품 위주의 압구정패션에 싫증을 내기 시작하면서 명동의 캐주얼 매장에 젊은층이 몰린 것도 중요한 이유다.

아바타 패션몰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韓모(37)씨는 "지난해에 비해 10대 손님들이 30% 이상 늘면서 매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며 "명동에 밀집돼 있던 상호금융회사 및 은행들이 영업장을 철수하거나 명동 외곽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의류브랜드의 매장 개설도 잇따르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달 명동에 5백평 규모의 5층짜리 초대형 빈폴 매장을 개설했다. 이랜드의 캐릭터 의류 '티니위니'는 이곳에 60평 규모의 매장을 추가로 개설했으며, 캐주얼 브랜드 '휴아유'는 기존의 매장을 1백50평 규모로 확장해 오는 12월 재개장 한다. 두산의 '게스'도 2층이었던 매장을 4층으로 확장한다.

업체들은 디스플레이도 젊은층 위주로 바꾸고 있다. 휠라는 지난 3월 명동 매장에서 아동과 중년층을 위한 제품을 모두 없애버리고 10대가 좋아하는 오토바이와 카레이싱 패션으로 꾸몄다.

휠라 관계자는 "고객 가운데 50% 미만이던 10대들의 비중이 최근에는 90% 이상으로 늘었다"며 "신제품의 성공여부를 점치는 안테나숍도 올해부터는 압구정점에서 명동점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명동지역 매장 임대료도 올들어 2배까지 올랐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목 좋은 매장의 경우 25~30평이 월세만 5천만원을 호가할 정도"라고 말했다. 영업시간도 길어졌다. 평소 저녁 8시~9시면 문을 닫던 가게들이 최근에는 밤 10시 이후까지 문을 열기도 한다.

상인들은 오는 11월 개장 예정인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옛 미도파백화점)의 변신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명동의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테리어와 상품구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꾀할 예정이다. 지하 1층, 지상 6층의 영플라자는 전체 외관을 유리로 만들어 젊은이들의 시선을 끌고 영업시간도 늘린다.

또 전 매장에서 젊은 층 위주의 화장품과 캐주얼 의류를 판매하고 4~6층에는 젊은층에게 인기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도 만든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10대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 최근 그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들로만 전체 매장을 꾸며 기존 백화점과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공사 중인 신세계백화점이 2005년 완공되고 옛 중앙우체국이 2007년까지 최첨단 빌딩으로 재개발되는 등 주변의 낙후된 건물들이 잇따라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이곳의 전망이 밝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청계고가의 철거로 단절됐던 충무로 영화거리와 명동의 패션상권이 이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국내 상권의 변화를 조사.분석해온 상권닷컴(www,sangkwon.com)의 최형택 대표는 "앞으로 명동은 쇼핑과 놀이 및 외식 등 젊은 층 및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위락시설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사진=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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