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넉 달째 침체 못 헤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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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백80선 못 넘을 듯>
수급불균형으로 탄력을 잃은 증시가 4개월 째 침체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증시는 11일 보험 주 유·무상증자 발표 설 등에 힘입어 모처럼 거래량 7백만 주를 넘기면서 지수 6백80선을 돌파했으나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치 줄다리기 경기에서 한 목으로 힘이 쏠리면 그 탄력 때문에 원상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 격이다.
대북한 경제개방 7개항 발표 등 대형 호재들이 쏟아져도 증시는 꿈 적을 않는 가운데 증권사 객 장에는 『본전만 되면 팔겠다』는 투자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 저주가 중심의 건설·무역 주 등의 거래량이 점차 늘고 있는 현상을 중시, 일반투자자(개미군단)들이 서서히 매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분석하고 그 위에 11, 12월에는 장이 좋았다는 선례를 들어 선 취매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이번 주에도 6백60∼6백80의 박스 권을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특히 10월중 주식시장의 수급 면을 볼 때 대규모 유상증자 납입(9천6백억 원) 및 신주상장물량(4천5백억 원)과 신용매물(2천억∼3천억 원), 기업공개(2백억 원)등 공급물량은 많은데 비해 수요는 기관매수여력 및 고객예탁금의 예상증가와 신용(2천5백억∼2천억 원)매수 등을 모두 합쳐도 공급량을 소 화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통안증권을 기판투자가에 강제 배정할 경우(투신 4천7백억, 증권사5천7백억) 자금압박이 가중될 전망이어서 강세가 쉽게 상승기류를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재료에 의한 성급한 투자나 뇌동 매매를 삼가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 공산권 정책, 이란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 자본자유화 등 장래의 가시적인 재료에 신경을 쓰면서 신중히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호락호락 안 넘어갈 듯>
14일로 예정된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증권감독원은 현재 진행중인 대우증권 시장 부 직원들에 대한 특별검사가 초청이 될 것으로 보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감독원의 한 고위간부는『드러난 비리는 철저히 파헤쳐 일벌백계로 다스리겠지만 검사가 진행중인 일인만큼 검사진행상황에 대해 의원들이 무어라 하겠느냐』며 태연해 하는 모습.
그러나 많은 직원들은『야당의원이나 보좌관들 중에는 증권업에 종사했거나 투자해 본적이 있는 사람이 많은 만큼 호락호락 넘어갈지 의문이라』며『어차피 밝혀질 일이라면 검사를 조속히 매듭, 국민과 투자자들에게 조속히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증권업계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입장.

<상장 후 2∼3주 유리>
공개기업의 주식에 투자를 할 때는 발행가격이 낮고 공개 전 증자비율, 특히 무상증자비율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높은 투자수익을 낼 수 있으며 상장직후투자보다는 상장 후 2∼3주가 지난 후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이 최근 올 들어 8월말까지 상장된 61개 종목을 대상으로 주가동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상장일 종가가 주당 발행 가 액의 평균 2·77배로 나타나 발행 가 액이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으며 공개 전 무상증자를 실시한 기업의 경우는 평균수익률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무상증자 비율이 낮은 공개기업이 유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상장 일로부터 기간이 경과할수록 시장수익률과 업종수익률을 상회하는 종목의 수가 증가하며 상장 일에 높은 시세가 형성된 주식은 높은 주가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는데 3∼4주의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85년 하반기 이후부터 시작 된 증시의 활 황과 함께 꾸준히 증가해 온 기업공개는 올해 들어 절정을 이루면서 9월30일 현재 96건, 9천5백89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수납 제 유명무실>
증권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증권회사와 은행들이 제휴, 유가증권 거래대금을 은행의 온라인을 통해 입·출금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증권거래대금 은행수납제도가 증권사의 준비 미흡과 증시침체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증권거래대금 은행수납제도는 동서증권이 지난달 19일 국민은행과 입·출금 업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 럭키증권이 조흥·상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과, 쌍룡증권이 신한은행 등 3개 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시중은행 등과 입·출금 이체업무협약을 9월말과 10월초에 마침으로써 본격화됐다.
그러나 실제로 은행을 통해 입·출금업무를 하고 있는 곳은 동서증권 한 군데 뿐이다.
증권거래 대금은행수납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동서증권의 경우도 지난달 19일 업무개시이래 10일 현재까지 국민은행을 통한 투자자의 입금건수는 1천3백여 건으로 하루 평균 80건을 밑돌고 있으며 출금은 모두 50여건에 불과하고 아예 한 건도 없는 날이 많다는 것 .
이처럼 증권거래대금 은행수납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증권사본점과 지점간의 전산설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데다 증시의 침체로 신규투자자들이 거의 없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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