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탄, 러시아산 둔갑해 한국 들어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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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수 품목으로 정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한국으로 유입됐다.

안보리 “인천·포항 통해 작년 유입” #한국, 밀매 연루 선박 억류 안해 논란

17일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을 실은 스카이 에인절호(파나마 선박, 중국 선박으로 의심)와 리치 글로리호(시에라리온 선박)가 각기 지난해 10월 석탄을 싣고 인천과 포항에 입항했다.

두 선박 모두 러시아 극동 사할린 남부의 홀름스크항에서 석탄을 선적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 패널이 확인한 결과 해당 석탄은 북한 선박인 능라 2호, 운봉 2호, 을지봉 6호 등이 하역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8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2371호는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북한이 홀름스크항에서 다른 국적 배로 석탄을 환적하는 방법으로 ‘신분 세탁’을 통해 제재망을 피했다고 전문가 패널은 추측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가 조치에 나서기 전에 배 두 척의 신고 접수가 완료됐고, 배가 도착하는 동시에 하역 처리가 됐다”고 했다. 두 척이 싣고 온 북한산 의심 석탄이 모두 국내 시장에 풀린 것이다. 한국에 유입된 북한산 석탄은 9000t으로, 약 58만5000달러 상당이다.

정부는 수입업체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본지가 아태 지역 항만국통제협력체 웹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스카이 에인절호와 리치 글로리호는 올 2월에도 각기 군산과 인천에 입항했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북한의 석탄 밀매에 연루된 선박을 압수할 수 있게 했지만 한국 당국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해당 선박들을 검색만 했을 뿐 억류하지는 않았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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