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통령 선거 무관심속 혼전 거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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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미국대통령선거가 드디어 내달 8일의 투표일까지 채 한달도 안 남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선거전 양상은 아직도 누가 확연하게 우세한지 판단하기 어려운 혼전의 연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76년 「케네디」와 「닉슨」의 싸움이래 가장 백중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각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매체에 따르면 공화당후보 「조지·부시」부통령이 민주당의 「마이클·듀카키스」매사추세츠주지사를 여론조사에서는 약간, 선거인단 분포에서는 다소 앞지르고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두 인물이 모두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먹히지 않고 따라서 이들에 대한 지지열도가 그다지 확고한 게 아닐 뿐더러 막판바람 여하에 의해 판도가 크게 달라지는 과거 선거분위기성향으로 미루어 볼 때 현재의 우열은 박빙 정도로 간주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일단 살펴보자면 여론조사에서는 2%정도 「부시」가 앞서있고 전체 5백38표의 선거인단에서는 「부시」 2백64, 「듀카키스」92, 백중 1백82로 한 조사기관에 의해 분석되고 있다. 특히 주별 판도에 있어 「부시」는 남부전체에서, 「듀카키스」는 매사추세츠·뉴욕주 등 동부와 미네소타·아이오와주 등 중서부일부에서 각각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일리노이·위스콘신·미주리 등 큰 주들의 향배가 미정인 채로 남아있는데다가 한달새 무슨 변화가 일어날지 몰라 양 진영의 초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그릇」에 못 미치는 인물들이라는 유권자들의 평가절하에 밀려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선거전을 치러야 하는 이유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이들은 어느 때보다도 많은 선거광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정책·비전 제시보다는 상대방을 헐뜯는 비방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 진영은 최근 한 주일 동안 각기 1백만 달러씩을 이 같은 자극적 선거광고에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공략대상은 어느 쪽에 표를 찍어야 할지, 투표장에 나가야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다. 당적이 없는 무소속·젊은 지식인·중산층·흑인, 그리고 특히 「레이건」지지 민주당원들이다.
이번 선거는 이 부류의 미정 유권자와 「레이건」지지 민주당원의 향배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 중에서도 지난번 두 차례 선거에서 비록 당적은 민주당이면서 「레이건」의 경제·국방 정책에 찬동한 유권자가 적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레이건」은 백악관을 물러나면서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그의 인기는 아직도 55%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부시」가 열세에서 우세로 반전한 배경에는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내를 포함한 「레이건」지지세력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시」는 여름부터 계속「레이건」집권 8년이 이룩한 경제성장과 국방·외교강화를 유권자에게 내세우면서『미 국민의 주류에서 벗어난』『위험한 리버럴』 「듀카키스」가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지 말도록 하라고 호소해봤다.
「부시」는 「듀카키스」가 『고무총이래 모든 무기체제를 반대한 인물』이라고 몰아붙이고 「듀카키스」가 주지사로서 국민학생들의 「국가에 대한 맹세」를 못하게 한 사람이라고 지적, 애국심 문제를 거론했다. 최근 「부시」측은 또 회전철창문을 통해 주말휴가에 나서는 매사추세츠주 죄수들의 모습과 이들의 휴가 중 재범통계를 밝히는 텔레비전 방송광고를 되풀이해 방영하면서 「듀카키스」가 범죄문제에 단호하지 못하다고 비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듀카키스」측도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 한 최근 미국역사를 상기시키면서 「댄·퀘일」상원의원을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선정한 「부시」의 『판단력 부족』을 꼬집고 있다. 실제로 「퀘일」은 경력문제에 이어 최근 「로이드·벤슨」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약세까지 보임으로써 「부시」의 표를 깍아 내리는 선거이슈로 등장하고 있어 이 같은 광고는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 측은 이란-콘트라 스캔들과 마약거래혐의로 기소된 「노리에가」파나마 대통령과의 관계 등 「레이건」 행정부, 특히 「부시」의 판단력 부족을 「퀘일」인선의 판단력 부족과 연결시킴으로써 공화당에 대한 공격을 배가시키려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13일 또 한차례의 대통령 후보토론 등을 비롯해 본격적인 선거전은 이제부터인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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