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 300야드 가까운 깜짝 티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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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미현이 9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 하고 있다. [올랜도 AP=연합뉴스]

"8년 전 첫 우승을 했을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러 가는데 눈물이 났어요."

김미현은 "너무나 고대했던 우승"이라며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김미현은 2002년 5승째를 거둔 뒤 준우승 두 차례를 비롯, '톱10'에 31회나 입상하면서도 우승은 없었다. 지난해엔 후원사인 KTF와 재계약하면서 사실상 '백지 계약'을 했다.

미야자토 아이(일본)에게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김미현은 7번 홀까지 5개의 버디를 쓸어담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공동선두를 허용,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17번 홀(파5)에서 300야드 가까운 드라이브샷을 날린 뒤 7번 우드로 세컨드 온에 성공, 버디를 잡아 오초아와 카리 웹(호주)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렸다. 통산 6승째를 거둔 김미현은 우승 상금 37만5000달러를 받았다.

김미현은 "오초아와 웹이 따라붙어 또 잘못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홀마다 기도를 했다"며 숨막혔던 상황을 설명했다. 17번 홀에서 친 장타에 대해 "다들 내 볼이 아닐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거 내 볼이야'라고 소리쳤다. 290야드쯤 간 것 같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 장타였다. 워낙 잘 쳤고, 내리막 홀인데다 강한 뒷바람까지 불었다"며 스스로 놀라워했다.

김미현은 오랫동안 우승을 못한 이유에 대해 "코스가 너무 길어졌다. 다른 선수들이 장타를 쳐대니까 코스 길이를 마구마구 늘렸는데 나처럼 거리가 짧은 선수는 정말 우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미현은 "이제 정말 결혼해야겠다.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인데 아버지와 협상해 올해를 넘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초아는 66타, 웹은 67타를 쳐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긴 침묵을 깼던 웹은 "투어 선수 가운데 가장 실수가 적은 김미현이 그토록 오래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면서 "정말 축하한다"고 말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만 6타를 줄인 한희원이 김초롱과 함께 공동 5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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