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분쟁·경제불안 2중고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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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여름이래 3개월째 계속 돼온 유고슬라비아 시위사태가 전국으로 확산, 비상사태를 맞고있다.
이번 유고슬라비아의 시위사태의 원인은 크게 둘로 나누어 있다. 하나는 해묵은 민족간 분쟁이며, 다른 하나는 그 동안 계속돼온 경제적 불안이다.
유고슬라비아는 6개 공화국과 2개 자치주로 구성된 민족 연방국가. 인구 약 2천3백만멍은 세르비아인·크로아티아인·슬로베니아인·마케도니아인·알바니아인·몬테네그로인·헝가리인 등 7개 주요민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민족이 다를 뿐 아니라 종교·언어도 다르다.
따라서 유고는 숙명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민족문제를 안고 있다. 그 동안 유고에는 「티토」라는 초 민족적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통치, 민족문제를 어느 정도까지 컨트롤할 수 있었으나 1980년 「티토」사후 이렇다할 구심적 지도자가 없는 상태에서 각 공화국 및 자치주 지도자 8인이 집단지도 체제를 구성, 임기1년씩 국가원수를 돌아가며 맡음으로써 정치적 구심력이 약화돼 왔다.
유고슬로비아의 인종문제는 그 동안 가장 인구수가 많은 세르비아인과 크로아티아인간 갈등이 주요 문제였으나 최근에는 코소보 자치주내의 알바니아인 문제가 주요문제가 되고 있다.
코소보는 유고슬라비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소수민족인 알바니아인이 인구1백70만명중 90%를 차지, 전체적으로 다수민족인 세르비아인과 몬테네그로인 등 기타민족을 박해하는 형태를 취했다.
코소보의 알바니아인들은 이웃 알바니아와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성에다 코소보가 유고내 다른 공화국 및 자치주에 비해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낙후 하다는 점에서 볼만이 크다.
따라서 코소보의 알바니아인들은 자치주를 공화국으로 승격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강력한 요구가 기타 민족에 대한 박해로 나타나고 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형식상 코소보 자치주를 지배하고 있는 세르비아공화국이 코소보의 자치를 억압,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하려 나섰다.
이에 대해 반세르비아적 색채가 강한 크로아티아공화국·슬로베니아공화국이 「세르비아 확장주의」라고 비난, 반대입장을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시위사태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은 현재 유고가 처한 극도의 경제적 불안이다.
그 동안 유고는 동유럽사회주의 국가가운데는 이단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유고식 사회주의」를 추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일찍부터 대외개방을 추진, 서방세계와도 활발한 교역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이른바 노동자 자주관리제도를 도입, 노동생산성을 크게 높임으로써 큰 경제적 성과를 올린바있다.
그러나 지난 73년 오일쇼크이래 유고경제는 대외수지악화에 의한 외채증가, 그리고 최근 들어 살인적 인플레와 높은 실업률의 3중고로 시달려 왔다.
현재 유고가 지고있는 대외 채무는 2백10억 달러. 지난 86년 상환한 채무액만도 45억 달러에 달했으며 그것도 대부분이 이자로 나갔다. 또 지난해 인플레율은 1백70%를 기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금년 여름엔 극심한 가뭄까지 겹쳐 식료품가격이 폭등, 서민의 가계를 크게 위협하자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유고 시위사태는 계속된 경제불안이 민족문제라는 화약고에 불을 붙인 것이며 경제문제의 극적 해결 없이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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