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증발된' 중국 어린이 100명 장기밀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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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웨덴에서 사라진 100여명의 중국 아이들. 그들은 왜 왔으며 지금 어디에 있을까.

노르웨이ㆍ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 밀입국하다 적발된 중국 어린이들은 임시로 밀입국자 보호소에 수용된다.

지난해 11월 중국 어린이 24명이 덴마크의 적십자사 보호소에서 사라졌다. 이들은 위조된 여권으로 덴마크에 입국하려다 적발됐다. 출입국관리소에선 어린이들을 적십자사에 위탁해 보호해왔다. 아이들은 느슨한 관리를 틈타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다.

유사 사건이 이웃나라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도 발생했다. 현지 여론은 인신매매.장기밀매 의혹을 제기하며 들끓었다. 사건 발생 6개월만에 실종 사건의 열쇠를 쥔 두 사람이 법정에 선다.

중국 중경신보는 아이들의 실종 사건에 깊게 관여한 혐의로 자오원제(趙文杰) 등 화교 2명이 스웨덴 스톡홀름 지방법원에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재판은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 열린다.

이들은 2004 ̄2005년 저장(浙江)성과 푸젠(福建)성에서 모은 13 ̄15세의 남녀 어린이를 스웨덴에 입국시킨 뒤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스웨덴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자오는 가짜 여권을 만들어 아이들의 신분을 바꿨다. 출입국 심사에선 어린이들을 정치적 박해를 피해 온 난민으로 꾸몄다. 입국 심사를 통과한 어린이들은 이후 어디론가 사라져 행방을 알 수 없다.

지난해 스웨덴에서 '증발'된 100여명의 중국 어린이 가운데 46명이 자오의 손을 거쳤다. 이들은 스웨덴을 떠나 북유럽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駐)스웨덴 중국대사관은 자오 일당이 덴마크.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중국 어린이 실종사건과도 깊숙이 관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언론은 아이들이 왜 북유럽 국가에서 사라졌으며 사라진 아이들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지를 놓고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왜 북유럽인가=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유럽공동체(EU)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출입국 관리가 느슨한 나라에 속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노르웨이 국가범죄조사국 관계자는 "어린이 밀매를 주도하고 있는 국제 밀입국조직(人蛇)의 네트워크가 퍼져 있는 곳이 최종 목적지"라며 "북유럽으로 들어와 프랑스.이탈리아.영국 등지로 어린이들을 빼돌린다"고 지적했다.

유럽 각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외국인 출입국이 비교적 자유로운 북유럽 국가를 입국 루트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995년 발효된 쉥겐협정에 따라 영국.프랑스.노르웨이 등 15개 가입국 내에선 약식으로 출입국 수속을 대신하거나 생략되기 때문에 국제 인신매매 조직이 법망의 빈틈을 파고 든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왜 아이들인가=스웨덴.노르웨이 경찰 관계자들은 "최근 국제 인신매매 집단이 개도국 아이들을 유럽에 밀입국시켜 노동착취를 하거나 장기밀매에 활용하다 적발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스웨덴 유력지 '다옌스 뉘헤테르'는 최근 1면 톱기사로 "아이 한 명당 2만달러가 오간다"며 인신매매 실태를 고발했다. 신문은 인신매매 조직원을 인용,"이탈리아.프랑스로 팔려간 아이들은 저임 노동이 필요한 공장 등에 되팔리거나 매춘업소를 통해 성착취를 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신매매 조직은 유럽 전역에 10 ̄15만 곳의 유흥.요식업소,의류공장과 거래를 트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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