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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4·25 축구단 VS 전북 현대의 K리그 개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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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손해용 기자 중앙일보 경제부장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그냥 상상이다. 2019년 3월 K리그 개막전. 평양을 연고로 하는 북한 최강 ‘4·25 축구단’과 한국 K리그 최강팀 ‘전북 현대’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었다. 전북 현대의 3-2 짜릿한 역전승. 만원 관중과 북한 응원단은 남북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런 생각이 떠오른 건 쓸데없이 걱정이 많은 성격 탓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경제가 어렵다. 북한과의 교류가 우리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실력 하락과 관중 급감으로 K리그는 존폐 위기다. 남북한 축구리그를 통합하면 인기가 급상승할 것이다. 그렇다면 축구를 남북 교류의 연결고리로 활용해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축구는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한국의 K리그 격인 ‘최상급축구연맹전’ 1부 리그에는 10여 개의 팀, 2부 리그에는 30~40개 팀이 실력을 겨루고 있다. K리그가 2013년에 도입한 승강제를 북한은 훨씬 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수준도 생각보다 높다. 아시아 프로 클럽 대항전인 아시아축구연맹(AFC)컵에 출전하고 있는 4·25 축구단은 한국의 강원 FC, 인천 유나이티드 등과 중국 등지에서 가진 친선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한국과 북한의 축구리그를 통합하면 1부 리그에서만 20여 개 팀이 경쟁하게 된다. 규모 면에서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와 맞먹는다. 세계적인 스포츠인 축구는 이념이나 정치에서 자유롭다. 남북이 맞대결을 펼친다는 자체로 관중을 끌어모은다. 선수단과 응원단이 수시로 남북을 오가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남과 북은 서로에게 더 친숙해지면서 마음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 이를 발판 삼아 남북 경제교류를 진행한다면 북한은 물론 성장 한계에 부닥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이용수 세종대 교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2013년 당시 축협 미래기획단장을 맡던 그는 “4·25 축구단을 개성공단에 연고를 두게 해 K리그에 참여시키자”는 제안을 했다. 북미 지역의 인기 스포츠 리그인 MLB(야구)·NBA(농구)·NHL(아이스하키)에 미국·캐나다 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2개 국가가 통합 리그를 운영하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어렵진 않아 보인다. 물론 통일은 현실적으로 아직 멀리 있다. 북한의 비핵화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국제사회가 결의한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축구 리그를 통합하는 게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가슴 뛰지 않는가? K리그 올스타전에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고, 축구 팬들이 경의선 철도를 타고 평양·개성·신의주에서 응원전을 펼치는 상상. 현실이 되길 빈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