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수감 생활… 우유 한 팩으로 아침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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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사흘째를 맞은 정몽구(68.사진)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4011'이라는 번호가 가슴에 달린 연두색 수의를 입고 독방에서 지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외아들 정의선(36) 기아차 사장을 '일반면회'형식으로 5분간 만난 것을 제외하곤 1평 남짓한 독방에서 신문.책.TV를 보며 지냈다. 토요일에는 가족에 한해서만 면회가 허용된다. 일요일인 30일은 운동과 접견이 허용되지 않아 온종일 독방에서 보냈다. 특히 "있는 대로 신문을 다 넣어 달라"고 요청해 10여 종의 신문을 꼼꼼히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구치소 측은 전했다. TV를 통해 자신의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구치소 일정에 맞춰 오전 6시20분에 기상하고 오후 8시20분에 잠자리에 든다. 구속되기 전 힘든 일정을 소화한 탓인지 취침시간이 되면 곧바로 잠든다고 구치소 측은 전했다. 아침식사는 팩 우유 1개로 대신하고 있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정 회장이 평소 아침을 잘 먹지 않는다며 우유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수제비 국(29일)과 자장밥.깍두기(30일)가 제공된 점심은 모두 비웠으며, 저녁 식사(쇠고기 무국 등)는 절반 정도를 남겼다고 한다. 반찬은 김치 등 두 가지다.

외부인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 하루 한 차례 10~15분간 면회할 수 있으며, 변호인의 접견은 횟수와 시간제한 없이 가능하다. 기소되면 30~40분간 특별면회를 통해 외부인 접견이 가능해 그룹의 주요 사안을 보고받을 수도 있다.

현대차 측은 정 회장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고 있다. 정 회장은 중요한 술자리에서는 양주 한두 병을 거뜬히 비웠지만 혈압이 높아 고생해 왔다고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찰 조사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여서 고혈압 증세가 악화될까 걱정된다"며 "가족들은 정 회장의 건강문제를 가장 염려하고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된 지난 한 달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구속 직전 며칠 동안은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사(病舍) 대신 일반 사동 3층에 입감됐다. 정 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고혈압과 불면증 등에 시달린다는 건강진단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었다. 구치소 측은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검진결과를 내놨다. 정 회장이 수감된 구치소 3층은 김우중(70) 전 대우그룹 회장과 최태원(46) SK 회장 등이 거쳐간 곳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기업을 경영하는 총수라고 해서 구치소에서 특별대우하는 일은 없다"며 "고령이고 고혈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방안에 비상벨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일 대검에 소환돼 조사받는 등 당분간 검찰 청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김승현.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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