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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 유혹에 일부러 골 안넣었다"

중앙일보

입력

"비기면 5천달러를 주겠다는 도박사의 유혹에 공격수들이 일부러 골을 안 넣은 적도 있었다."

한국 스트라이커 계보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아시아의 표범' 이회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비화다.

월간조선 5월호에 따르면 1967년 말레이시아 메르데카컵에서 잇따른 패배로 5.6위전까지 밀려난 우리 국가대표팀은 현지 교포 도박사가 '인도와의 5.6위전에서 이기지만 않으면 배당금의 반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이에 이회택을 비롯한 공격수들은 일부러 헛발질만 했다고 회고했다. 이 감독은 "도박 바람이 대단해 밤새워 노름을 하고 잠이 모자라 하프타임 때 조는 선수도 많았다"고 당시를 떠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감독은 또한 1966년 북한의 월드컵 8강 진출에 놀란 정권이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을 앞세워 유망 선수들을 징발해 '양지팀'을 만들었고, 김 중앙정보부장은 70년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에만 나가면 선수 18명 전원에게 집 한 채씩 사줄 것"이라 공언했다고도 말했다.

대학 졸업 후 포항제철에 입단한 이 감독은 박태준 전 포철회장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박 회장은 신일본제철 축구팀과의 친선경기에서 포철 선수들에게 "일본 놈들은 누를 수 있는 데까지 눌러야 돼. 일본에서 '도둑질'하듯 제철기술 배워올 때 설움이 많아 한이 맺혔다"고 말했다고 했다. 박 회장은 또 1988년 포항 프로축구단 사령탑이 된 이 감독에게 "올해 우승만 하면 아파트 하나 사줄게"라 약속했다고 말했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오금동 아파트가 그것이라는 것.

이 감독은 자신의 계보를 잇는 스트라이커로 차범근-최순호-황선홍을 꼽았다. 그는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손꼽히는 박주영.차두리에 대해 "차두리는 체력과 스피드가 뛰어나고, 박주영은 테크닉과 지능플레이가 압권"이라 평했다. 외국인 감독들에 대해서는 "행운아 히딩크는 월드컵 4강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코엘류 감독은 좀 억울한 편이고, 현 사령탑 본프레레 감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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