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관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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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9월20일 입국한 소련대학생관광단 40명은 서울체류 9박10일간 최소의 경비로 한국을 배우고 소련을 알리는 임무를 마치고 30일 출국했다.
이들이 투숙했던 서울 YMCA호텔 숙박료는 2인1실 기준 3만5천 원. 롯데쇼핑센터·이태원 등지에서 구입할 쇼핑품목은 값이 싼 청바지·호돌이 마스코트·카셋 등이 전부. 이들의 외화사용한도액은 1백50달러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학생·언론인·스포츠인·대학교수·사회단체의 임원 등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이들 관광단은 서울체류기간 중 한국국제청년학생교류회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소 선수가 출전하는 올림픽경기관전은 물론 남산타워·비원·경복궁·용인민속촌·삼성전자·서울대공원 등 서울지역의 명소를 두루 돌며 마치 정보를 캐듯 한국의 이모저모를 관찰했다.
40명이 떼를 지어 한강유람선을 탑승하기도 했고, 이태원 해밀턴 호텔 디스코클럽으로 몰려가 댄스파티를 벌이며 한국 유흥가의 모습을 훑어보는 등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관광효과를 얻은 셈.
이들 중 소련공산당 청년동맹신문인 콤소몰 스카야 프라우다지 기자「미하일·딕재르」 (33),「흐르킨·알렉산드르」(29)씨 등 2명은「한국의 중류가정」인 이창복씨(35·현대종합상사 차장·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06동1204호)집을 방문, 한국중산층의 생활수준을 속속들이 파헤치겠다는 듯이 가계비명세에서 퇴근후의 일과에 이르기까지 30여 항목을 신문하듯 캐묻기도.
이들은 소련을 선전하는데도 열심이어서 가는 곳마다 적색바탕에 낫과 망치가 그려진 국기를 앞세웠고「레닌」「고르바초프」등의 흉상이 그려진 배지를 가슴에 단 차림에 만나는 한국인들에게 이 같은 배지 등을 나눠주며 소련을 알리기에 애썼다.
『「고르바초프」의 배지를 가슴에다는 것은 개인숭배가 아니냐』는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내저으면서도『「고르바초프」는 언행이 일치하는 새 시대의 지도자』라며「고르바초프」예찬론을 폈다. 9박10일 동안 서울에서의 소련대학생관광단은 한국의 실상탐사와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자기나라 PR의 선발요원 인상이 짙었다.
과연 그들은 얼마만큼 한국을 바로 보고 갔을까. 양국 간 합의에 따라 내년2월 우리대학생의 소련방문이 결정된 것은 의미 있는 수확이었다.<김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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