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대한 친선전서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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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련은 이번 서울올림픽경기 중「친선획득경쟁」이라는 가장 큰 경기에서 자만심이 지나치고 조직이 잘되어있지 않은 미국으로부터 친선 금메달을 낚아채는 등 미국에 참패를 안겨주었다.
미국의 품위가 떨어지고 위신이 크게 실추된 계기는 올림픽 12일째 미NBC방송국이 한국국기에 모욕을 가한 T셔츠를 주문한 직원들의 소행에 대해 사과해야했던 우스꽝스런 과오를 범하면서 비롯됐다.
스포츠와 정치가 사실상 분리될 수 없는 시대에 미국올림픽위원회 측의 실속 없고 잡음만 일으키는 PR기구와 소련의 조용하고도 강력한 PR기구와는 게임이 안됐으며 결과는 소련의 기권승이었다.
소련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몇 가지 불리한 처지에 있었으나 한국의 선전 전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북한에의 첨단무기 공급국가인 소련은 서울이 공산주의 국가에서 가장 사랑하는 중국에 비해 한국과의 문화적 유대가 거의 없고 경제적 매력도 결핍돼 있다.
지난 1983년 소련전투기가 2백69명의 탑승자를 태운 한국의 점보여객기를 격추했을 때 한국인들은 레이건 미대통령이 소련을「악의제국」이라고 부른데 대해 공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서울은 그러나 이러한 기억을 떨쳐버리고 지난 몇년동안 사회주의 국가들과 스포츠와 문화교류는 물론, 무역과 심지어는 외교관계까지 개선하기 위해 야심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은 종래 상당히 예속적이던 대미관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가자는 요구가 점증하고 있다.
한 서방측외교관은『한국의 반미감정은 폭발을 기다리는 화약통이며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노의 도화선은 3억 달러의 독점 중계료를 지불하고 올림픽을 방송하고 있는 미NBC가 제공했다.
소련은 이번 올림픽기간 중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메달경쟁에서 1위를 차지했고 선전부문에서 조용하게 점수를 따냈다.
올림픽에서 소련과 동독에 이어 3위를 한 미국과 달리 소련의 승자들은 외면적으로 겸손했으며 메달을 획득한 후 TV앞에서 자 국기를 휘날리지 않았다.
【서울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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