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최후·최고 이벤트인 남자마라톤에서 만인의 예상을 뒤엎고 대망의 월계관을 차지한 이탈리아의「젤린도·보르딘」은 국제무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선수.
「보르딘」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던「아메드·살레」(지부티)를 비롯, 「주마·이캉가」(탄자니아),「더글러스·와키후루」(케냐),「나카야마」(일본) 등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을 골인 2km정도 남기고 질풍 같은 스피드로 따라잡아 서울올림픽의 대미를 파란과 이변으로 장식하며 일약 세계적인 마라토너로 떠올랐다.
「보르딘」은 83년까지 5천m와 1만m 등 장거리선수로 활약했으며 84년에 마라톤으로 전향, 자신의 첫 번째 풀 코스 도전인 84년 밀라노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3분20초를 마크하며 우승, 화려한 데뷔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당시 2시간7분대에 접어든 세계수준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살레」가 우승을 차지한 85년 초 월드컵마라톤에서 12위에 그쳤으며 그 해 가을 유럽컵 마라톤에서도 7위에 머무르는 부진을 보였었다.
그러나 86년을 고비로 기량과 기록의 성장을 이룩, 86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2시간10분54초1로 역주, 국제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고「와키후루」가 우승한 지난해 로마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2시간12분40초로 3위를, 금년 초 4월 보스턴마라톤에서는「살레」·「이캉가」에 이어 자신의 최고기록인 2시간9분27초로 역주하며 3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장거리선수시절 익힌 스퍼트를 마라톤에 연결시켜 후반레이스에서 분출시키는 놀라운 스퍼트가 일품이며 시종일관 흐트러지지 않는 유연한 러닝 폼이 최대강점이다.
이번 대회를 포함, 국제대회에 9번 출전, 5회 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