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 '검사 역할'…영장발부율 크게 올린 영장심사관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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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관 제도를 시행한 경찰서에서 영장 발부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앙포토]

영장심사관 제도를 시행한 경찰서에서 영장 발부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앙포토]

경찰이 일선 경찰서에서 자체적으로 영장 신청 요건을 따지는 '영장심사관' 제도를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경찰이 구속·체포·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려면 자신들잉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청구해 법원이 발부하는 3단계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영장심사관은 검찰에 신청하기 전 경찰 단계에서 이를 한 차례 더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로 법률 지식이 충분한 변호사 출신이나 수사 능력을 검증받은 사람들이 영장심사관을 맡는다.

영장심사관 제도 도입의 근거는 인권 보호다. 영장이 구속력 강한 강제수사의 근거인만큼 신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인권침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지난 3월 처음 도입됐다. 향후 개헌시 '영장청구권' 확보를 노리는 경찰이 인권침해 우려를 반박하기 위한 목적도 담겨있다. 검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을 경찰 내부에 둬 영장 발부율을 높이면 이같은 걱정도 자연스럽게 불식될 거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현재 영장심사관을 두고 있는 곳은 전국 8개 경찰서다. 해당 경찰서의 실제 지난 3~7월 영장 발부율을 2017년과 비교해보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구속영장(66.7%→79.4%)의 발부율이 10%포인트 이상 크게 늘었다. 체포영장(88.6%→89.4%), 압수수색영장(87.7%→93.7%)도 발부율이 올랐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검찰과 법원에서 퇴짜를 맞을 확률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심사관 조언에 따라 수사관들이 보다 신중하게 강제수사를 하게 된 데 따른 효과"라 해석했다.

경찰청은 8월부터 이를 23개 경찰서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4개월 간 시범운영을 해본 결과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 영향을 줬다. 내년에는 영장심사관 제도를 전국의 대도시에 있는 경찰서로 확대해 실시할 방침이다. 영장심사관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변호사 특별채용으로 들어온 경찰관들의 수사부서 의무근무 기간을 현행 5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방안 등도 논의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할 때 영장 조건을 꼼꼼하게 따지다보니 수사효율성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는 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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