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사신경 건드릴라" 박수도 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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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탁구>
○…국경을 초월한 사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국탁구의 안재형 선수와 중국의「자오즈민」선수가 남녀복식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하며 기자회견장에서 각 국 기자들로부터 인터뷰의 표적(?)이 되었다.
결혼설 등 주위의 온갖 추측에도 불구, 정작 본인들은 친구사이임을 주장해왔는데 이날도 따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자간의 발언 뉘앙스와 표정이 각기 달라 이를 둘러싸고 해석도 구구.
여자복식 입상자들과 함께 먼저 기자회견을 가진「자오즈민」은 둘 사이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웃음을 터뜨린 뒤『여기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한 뒤 야릇한 미소를 지어 보여 올림픽이 끝나기 직전 무슨 일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추측.
반면 뒤에 이뤄진 남자복식기자회견에서 안재형은 편지왕래 이외의 다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친구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이며 앞으로도 친구로서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답한 뒤 시종 입을 다물어 두 사람의 사이는 여전히 아리송.
○…이날 여자복식경기에서 한국팀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관중들은 모두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치며 승리를 만끽.
관중들은 시상식 때 연주되는 애국가를 모두 따라 부르며 일체감을 확인하는 모습.
그러나 뒤이어 열린 남자복식 결승경기에는 한국선수가 출전하지 않자 관중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시합이 끝나고 시상식 때는 불과 수백 명만이 자리를 지켜 너무 썰렁한 분위기.
○…이날 관중석에는 현정화 선수의 어머니 김말순씨(47) 가 딸의 경기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부산에서 상경,『내 딸이 단식에선 메달을 못 땄지만 복식에서 꼭 금메달을 따낼 것』 이라며 경기도중 내내 기도하는 모습.
이날 경기장엔 또 가수 주현미씨가 남편 임동신씨(32) 와 함께 모습을 나타내 눈길.
화교출신인 주는 한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을 응원했느냐는 질문에『두 나라 모두 응원했다』면서 어느 쪽에 박수를 많이 보냈느냐는 물음엔『글쎄요』라며 대답을 회피, 내심 난처했던 듯.
○…탁구 여자 복식경기가 열린 경기장내 귀빈석에는 김대중 평민당 총재, 김영삼 민주당 총재, 윤길중 민정당 대표 및 김재순 국회의장 등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 탁구에 쏠린 기대와 관심을 실증.
김 민주당 총재와 윤 민정당 대표는 한국팀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으로 내려가 양영자·현정화 선수에게 축하의 악수를 건넨 뒤 각각 격려금을 전달.
특히 윤 민정당 대표는 이들의 기자회견장에 들러 자신과 동명이인인 대표팀의 윤길중 코치에게도 축하와 함께 격려금을 전달.
○…이날 경기에 앞서 대회운영본부에는 이른 아침부터 탁구 팬과 시민을 자처하는 사람들로부터 양-현 조가 우승할 경우 한복을 입고 시상대에 오를 것을 권유하는 전화가 쇄도.
유도의 김재엽 선수가 시상대에서 한복을 입은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는 이들의 권유에 따라 대회본부 측은 부랴부랴 두 선수의 어머니에게 연락, 한복을 준비해 놓았으나 막상 시상식에서는 승리의 기쁨으로 장내가 혼잡해지는 바람에 한복을 전달 못해 두 선수는 유니폼 차림으로 수상.

<양궁>
○…「한국양궁 최고의 날」이 된 30일 양궁 경기장에는 김대중 평민당 총재, 서상호 체육부 장관, 김집 선수단장, 김성집 선수촌장, 정몽구 양궁협회장 등 VIP가 대거 몰려 결승전을 지켜보는 등 관심이 집중.
케냐·아르헨티나·캐나다·동독 등의 IOC위원과 각 국 NOC위원장·국제양궁협회 임원 등 외국의 VIP들도 대거 몰려 전날까지는 절반도 차지 않던 1백 여석의 본부석자리가 가득 메워졌고 각 국 응원단이 몰린 데다 50여명의 사진기자들도 취재경쟁을 벌이는 등 경기장은 차분한 가운데도 뜨거운 열기.
김대중 총재는 전날 박세직 올림픽조직위원장과「사마란치」IOC위원장이 사대에까지 들어간 것이 선수단에 오히려 걱정을 끼친 사실을 인식했음인지 귀빈석에서 망원경으로 조용히 관전.
○…이날 양궁장엔 결승에 진출한 여자3명, 남자2명 등 각 선수의 부모는 물론, 일가친척까지 10∼20명씩 경기장에 함께 나와 가슴 조이며 응원.
김수녕 선수의 경우 부모 외에도 이모부 한태길씨(53)를 비롯, 외삼촌·사촌오빠·숙모 등 20여명이 경기장에 나왔고 박성수 선수의 경우는 부모·삼촌 등 15명이 고향인 진해에서 봉고 차까지 동원, 단체로 상경해 경기를 관람.
박성수 선수의 아버지 박동춘씨(55·군무원)와 전인수 선수의 아버지 전종화씨(54)는 관중석 한가운데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
○…선수 가족들은 부모들도 선수가 있는 사대 쪽으로 한번도 가지 않는 등 되도록 접촉을 피하는 모습.
이는 가족들이 선수들에게 말을 걸 경우 자칫 마음자세가 흐트러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인데 박성수 선수의 아버지 박동춘씨는『아들을 언제 봤는지도 기억이 안될 정도로 두 달 가까이 얼굴 한번 보지 못하다가 경기장에서야 보게 됐다』며『반가운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괜히 아는 체 하는 것이 기록에 안 좋을 것 같아 이름을 부르고 싶지만 꾹 참았다』고 애타는 부정을 토로하기도.
○…김수녕 선수가 첫30m 9발을 모두 만점을 기록하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 그러나 운영본부 측은 안내방송을 통해『남자와 여자가 양쪽에서 번갈아 경기를 벌이고있으니 주의해서 박수를 쳐달라』고 당부.
○…김수녕의 어머니 김영분씨(45)는 김 선수의 경기 중 줄곧 묵주를 만지작거리며 기도를 하다 김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두 손을 번쩍 쳐들며『꿈만 같다. 가슴이 콱 메어 혼났다』며『수녕이가 오면 먹고싶은 것 뭐든지 다해주겠다』며 딸의 장한 모습에 감격.
김 선수의 아버지 김병선씨(45)는『가슴이 떨려 경기 중에 잔디밭에 나가 있었다』며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하며 수녕이가 너무 잘해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하키>
○…여자하키결승전이 열린 성남공설운동장에는 그라운드의 열기 못지 않게 양 팀을 응원하는 관중석의 응원전도 치열.
우리나라관중들은 우리선수들이 체력과 기술의 열세에도 불구, 선전을 계속하자『이겨라 한국』을 외쳐댔으며 본부석 옆에 위치한 호주응원단 1백 여명은 대형국기 3개를 흔들며 『파이팅』을 연발, 응원전도 치열.
또 보도 석에서 경기를 취재하던 호주보도진 10여명도 득점순간마다 환호와 함께 일어서 서로 손바닥을 부딪치는 등 취재보다 응원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
한편 본부석 맞은편에는 성남시 자모회·부녀회원 등 주부응원단 3백 여명이 오색 찬란한 유니폼까지 마련해 입고 나와 호주국기를 흔들며 호주 팀을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여자하키 결승전 입장권이 모두 매진되고 임시입석입장권 3천장 마저 경기시작 1시간 전에 모두 팔리자 성남경기장 입구주변에는 암표 상들이 몰려들어 짭짤한 재미.
이들은 3천 원짜리 입장권을 1만원이상씩에 팔았으나 경기직전에는 이나마 구할 수 없게되자 부르는 게 값이 되기도.
○…호남의 명문 광주여고가 여자하키 은메달의 수훈갑 진원심·김순덕·손은정 선수 등 주전3명을 비롯, 8명을 대표팀에 합류시켜 하키의 메카로 부상.
또 영국과의 준결승전에서 황금의 결승골을 터뜨린 서효선 양을 비롯, 6명의 대표선수를 길러낸 평택여종고도 비 인기의 설움 속에 묵묵히 인재를 키운「숨은 공로」가 알려져 하키 명문고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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