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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기업 우려 해소한 이재용 '즉석 환담'…'쌍용차 약속'도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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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민주통합당 후보 시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치유 공간인 와락센터를 방문,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들과 간담회를 갖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민주통합당 후보 시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치유 공간인 와락센터를 방문,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들과 간담회를 갖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면서 ‘반기업’ 정서에 대한 우려를 일단 해소했다. 취임 후 1년 2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예정에 없던 이 부회장과의 깜짝 면담을 통해 하반기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드라이브에 경제계의 동참을 호소했고, 이 부회장은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10일 뉴델리 프레스룸에서 “노이다 공장 준공식 전 5분여의 환담은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모디 총리가 공장 방문 전 지하철로 공장까지 이동할 것을 깜짝 제안하면서 더운 날씨 등으로 땀을 식힐 5분여 대기 시간이 생겼다”며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 일행이 대기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고 즉석 환담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테이프 커팅 단상에 오를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단상 밑으로 내려가 한-인도 정상의 커팅 장면을 지켜본 뒤 박수를 보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테이프 커팅 단상에 오를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단상 밑으로 내려가 한-인도 정상의 커팅 장면을 지켜본 뒤 박수를 보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당초 이 부회장은 테이프 커팅에 참여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테이프 커팅을 위한 단상에는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 외에도 삼성전자와 양국 정부 관계자들의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행사 전 계획을 바꿔 커팅식에는 공장의 ‘주인’인 삼성전자 관계자가 빠지고 두 정상만 가위를 드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단상에 올라 함께 커팅을 하자고 제안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소속 성직자들이 5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7일 쌍용자동차 해고조합원 김주중씨의 사망과 관련, 해고자 복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소속 성직자들이 5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7일 쌍용자동차 해고조합원 김주중씨의 사망과 관련, 해고자 복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10일 경제와 관련한 또 다른 ‘숙제’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대량 해고 사태로 시작돼 10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쌍용자동차 문제다.

쌍용차는 2005년 1월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 그러나 상하이차가 ‘먹튀 논란’ 끝에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쌍용차는 2010년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에 또다시 팔렸다. 이 과정에서 976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됐다. 이후 해고자들 가운데 벌써 30명이 목숨을 끊었다.

문 대통령은 10일 인도에서 쌍용차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된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 그룹 회장을 만난다. 한ㆍ인도 정상회담 직후 열리는 ‘한ㆍ인도 CEO 라운드테이블’에서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의 대표 재계인사 16명과 마힌드라 등 인도 재계 인사 17명이 참석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순방 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마힌드라 회장과 별도 환담 일정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될 환담 중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족들을 따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가족들과 환담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청문회를 통해 진실의 한 일단을 밝혔기 때문에 그것을 토대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못 해내면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우리가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인 2013년 3월에는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던 쌍용차 노동자들을 만나려 직접 철탑 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3년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철탑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3년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철탑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대선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에도 쌍용차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순방 직전이던 지난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났다. 청와대는 당시 대화 내용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최저임금 등 노동 현안과 함께 쌍용차 문제도 논의됐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난드 마힌드라 인도 마힌드라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쌍용차의 티볼리 출시 행사에 직접 참석해 격려했다. [사진제공=마힌드라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인도 마힌드라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쌍용차의 티볼리 출시 행사에 직접 참석해 격려했다. [사진제공=마힌드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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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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